[고궁의 사계] 궁궐과 민가 기사의 사진

조선의 문신 서거정이 지은 문집에 궁궐을 묘사한 시가 있다. “…袞龍陞殿坐(성상께서 전당에 앉으시고) 振鷺入班參(백관은 조참 반열에 들었을 제) 白日明金闕(밝은 태양은 대궐을 밝히고) 紅雲捧玉函(오색구름은 옥함을 받들었네) 退朝香滿袖(퇴청할 땐 소매에 향기 가득하고) 瑞雪舞輕(서설은 춤추듯 어지러이 내렸지).” 육조판서를 지낸 자의 자부심과 조정에 대한 경외심이 보인다.

정조 연간의 일성록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 “교련관(敎鍊官)에게 이르기를, ‘창덕궁에 호랑이의 발자국이 확실하니, 그대가 잘 쏘는 포수 수십 명을 거느리고 후원(後園)으로 들어가서 잡는 것이 좋겠다’ 하였다.” 경계 삼엄한 창덕궁에 호랑이가 나타났다니, 대궐의 숲이 밀림처럼 울창했었나 보다.

수평선처럼 뻗은 궁궐의 담장. 멀리 언덕 위에서 민가 사람들이 창덕궁을 향해 창을 냈다. 임금도, 신하도, 호랑이도 없는 그곳에는 헐벗은 나무와 시든 풀잎만 남아 쓸쓸히 겨울을 나고 있다.

손수호 논설위원 shsh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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