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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김용백] 공무원의 ‘노(NO)’

[데스크시각-김용백] 공무원의 ‘노(NO)’ 기사의 사진

박원순 서울시장의 행보가 꽤 거침없다. 격의 없는 소통으로 탈(脫)권위적인 리더십을 지향한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게 있다. 그가 하위직 공무원들에게 계속 “노(NO)!”라고 말하도록 주문하고 있다.

박 시장은 취임 20일 만인 지난달 14일 본청·사업소·산하기관 5급 이하 직원 250여명과 원탁회의를 가졌다. ‘공무원이 신명 나면 시민이 행복합니다’란 주제로 2시간30분 동안 대화를 했다. 박 시장은 인사말에서 “시장이 뭐라고 한다고 무조건 따르지 말고 아닌 것은 아니라고 기꺼이 말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로부터 17일 뒤 박 시장은 보다 하위직 공무원들과 만났다. 서울시와 자치구에서 새로 임용된 7∼9급 새내기 공무원 226명과 연수 프로그램을 통해 50여분간 얘기했다. ‘미래의 팀워크’ 주제의 강의에서 “공무원은 상명하복의 책임이 있지만 명령과 지시가 잘못됐을 경우 ‘그건 아니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자세를 강조했다.

박 시장이 언급한 ‘상상력과 미래지향의 서울시 공무원을 위한 10계명’ 가운데 공무원의 ‘노’ 자세는 일곱 번째 순위였다. 그 첫 번째는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 돈보다 명예를 지키는 공무원’이었다.

하위 공무원이 상급자에게 “노”라고 말할 때 이는 공정성을 말하며, 청렴을 말하며, 정직성을 드러내는 경우가 될 것이다. 박 시장이 이를 거듭 요구하는 것은 공무원들에게 보신(保身)주의와 끝없는 권력적 유혹에서 벗어나라는 주문일 터이다.

박 시장의 주문을 곧이곧대로 이해한다면 대민 서비스와 소통을 보다 많이 담당하는 하위직 공무원들의 건강성을 강화하고 조직을 활성화시키려는 뜻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시각을 달리해 볼 수도 있다. 박원순 ‘변호사’가 단번에 ‘시장’이 되면서 ‘민간(民間)’이 서울시라는 ‘관(官)’으로 뚝딱 진입한 형태가 됐다. 이제 다양한 ‘민간’들이 뒤이어 들어올 채널들 즉, 진입로가 만들어질 필요가 생겼다. 이를 위해 명령과 통제 중심의 행정적 메커니즘의 신속한 변화가 절실해진 것이다. 안팎으로 원활한 소통에 익숙해진 유연한 조직이 효율성을 높이게 돼 있다.

박 시장은 민과 관의 협치(協治), 즉 거버넌스(governance)를 자주 언급한다. 그는 시장으로 당선된 다음 날 기자간담회에서 “문제 해결은 협치다. 많은 현안들이 소통을 통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피력했다. 박 시장이 오랜 시민단체 활동을 통해 ‘관’과 ‘공무원’에 대한 많은 소회를 갖고 있을 법하다.

박 시장의 이런 시정(市政) 철학과 행보에 우려가 없는 게 아니다. 당연히 많은 자문을 받고, 조직 안팎으로 원활한 소통을 통해 그에 대한 우려를 씻을 수 있다. 이는 탈권위를 수반하지 않고선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다. 자칫 중간관리 및 고위직 관리들이 위상을 잃고 흔들릴 소지도 다분하다. 끝없는 실험에 구성원이 지치고, 체계가 허물어지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소통의 거미줄’에 얽혀 활동력이 쇠잔해질 수 있다.

박 시장은 평소 “독선을 막는 힘이 있어 잘못될 가능성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소통의 장점을 꼽는다. 따라서 스스로 실천을 통해 그 장점을 살려가는 서울시 조직을 실현하는 게 그의 가장 큰 과제일 것이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파행 운영이 불가피해질 공산이 크다. 시기적으로 정책을 집행하는 행정공무원들이 초지일관하는 자세를 견지해야 할 필요성도 그만큼 비례하고 있다. 각 지자체 주민들에겐 공무원들이 국민과 주민을 위해 “노” 할 때까지 그들을 열심히 부축하는 것도 당장의 방법일 수 있겠다.

김용백 사회2부장 yb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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