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엄상익] 벤츠 타는 여검사 기사의 사진

교수가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검사가 되려는 제자에게 묻는 장면을 본 적이 있다. 자네 말이지 아버님의 친구가 그동안 공부하느라고 애썼다고 하면서 돈을 주시면 받겠나 안 받겠나? 교수의 질문에 제자는 서슴없이 대답했다. 아버님 친구 분이 정으로 주시는 데 안 받으면 섭섭해하시겠죠. 받아야죠. 교수는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검사가 된 이후 아버지 친구가 공직자가 무슨 돈이 있겠느냐면서 계속 지원을 해 주겠다고 하셨을 때 그 돈을 받아야겠나 사양해야 하겠나?

검사 지망생은 잠시 멈칫하며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사건청탁과 관계없는 거라면 좀 받아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교수가 질문을 계속했다. 그렇다면 얼마까지는 받아도 괜찮다고 생각하나? 검사지망생이 대답했다. 월급 정도까지는 괜찮지 않을까요? 교수가 웃으면서 반문했다. 그래? 검사 월급을 500만원으로 잡으면 매달 그 정도를 남한테서 받아도 된다는 말이지? 순간 검사지망생은 당황하면서 정정했다. 너무 많은가요? 교수가 검사지망생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은 돈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링컨 컨티넨탈을 타는 변호사’라는 소설과 영화가 미국에서 흥행한 적이 있다. 악덕 법조인을 비판한 작품이다. 한국에서는 샤넬백을 들고 벤츠를 타는 여검사가 생겼다. 그 정도면 선물이라기보다는 뇌물이다. 추운 동대문 새벽시장에서 한 푼이라도 아껴보려고 어묵국물을 마시는 서민에게 그런 모습은 화약더미에 던지는 불꽃일 것이다.

법조계에서 30년을 지내면서 그런 일들을 많이 봤다. 지검장을 하던 사람이 조사를 받았다. 조사관은 청렴해야 할 지도자 위치의 검사가 왜 그렇게 거액을 받았느냐고 물었다. 그 큰 금액에 지검장 자신이 먼저 놀랐다고 했다. 절친했던 사업가가 조금씩 선물한 게 오랜 세월 쌓이다 보니 그렇게 큰 금액이 되어 버렸다. 형제같이 친했고 명절에 정으로 주는데 안 받으면 야속해할 것 같았다. 선물의 액수가 점차 커졌다. 그게 계속되다가 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그 사람이 딱 부러지게 청탁을 한 기억도 없다. 어려운 사정을 하소연하듯 말하면 자진해서 해결해 주었다. 그게 인간의 도리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러나 조사를 받는 지검장은 왜 받았느냐는 질문에 대답할 말이 없었다. 단순한 정이라고 하기에는 액수가 너무 컸기 때문이다. 검사들 중에는 세상을 다 아는 듯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만큼 그들은 악마의 그물에 걸려들기 쉽다.

신흥재벌이 된 모 회장이 있었다. 그는 지연을 배경으로 검사들을 포섭해 나갔다. 뇌물을 주는 방법도 천재적이었다. 부동산을 몇 배 높은 가격으로 사주기도 했다. 정상적인 매매인데 트집 잡을 사람이 없다. 그는 먼저 돈을 주지 일이 터진 나중에 주는 법이 없었다. 자기와 전혀 관계가 없는 협력업체를 통해 경제적 이익을 교묘하게 제공했다. 완벽한 만큼 챙기는 것도 철저했다. 그가 수사망에 걸려들면 고위직 검사가 앞다투어 정보를 제공했다. 권력을 차용해서 지능적인 강도 노릇을 하기까지 했다.

그는 건실한 기업을 무자본으로 집어먹었다. 항의하는 사장을 폭력배를 동원해 손을 봤다. 그들이 수사기관에 구원을 요청하면 비서로 취직시킨 검찰총수의 동생이 로비스트가 되어 조용히 일을 덮어버렸다. 그는 무소불위의 힘을 행사했다. 한 사람을 고소인으로 만들고 몇 명의 입을 맞추어 참고인 진술을 하게 연출하면 죄인을 한 명 만들어내는 건 식은 죽 먹기보다 쉽다고 했었다. 그걸 담당한 검사조차도 그의 손아귀를 벗어날 수 없었다. 검찰 권력이 부패하면 영화 ‘도가니’에 나오는 부패한 학교와 비교가 안 된다.

좋은 품성을 가지고 사명감 하나로 악에 대항하는 훌륭한 검사들이 많다. 그중에 섞인 가라지들이 조직을 망치고 있다. 반듯한 영혼을 가진 검사를 위해 가라지를 뽑아야 한다. 젊은 검사들을 잘 교육시켜 고고하게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나라가 바로 선다.

엄상익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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