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본 옛 그림] (101) 나그네 반기는 시골주막 기사의 사진

시골의 참맛은 소박하고 솔직한 데 있다. 소박해서 꾸밀 까닭이 없고, 솔직해서 속내가 훤히 비친다. 대처의 정나미는 다르다. 경우가 바른 대신 셈이 빠르다. 딱 받는 만큼 준다. 시골의 마음 씀씀이는 오지 않아도 먼저 간다. 인심이 어질어서 그럴까, 풍경조차 강파르지 않고 무던하다. 하여 옛 그림에 나온 시골 정취는 억지로 지어낸 구석이 없다.

19세기 이형록이 그렸다고 전해지는 이 그림이 참 수수하다. 이형록은 책가도(冊架圖)를 반듯하게 잘 그린 화원이다. 그 솜씨가 어디로 갔나 싶을 정도로 붓끝이 딱딱한데, 묘하게도 촌스런 심성이 눈에 확 들어와서 정겹다. 그림 속 소재 하나하나가 대번에 파악되는 구도다. 깃발이 문간에 솟은 것으로 봐서 궁벽한 시골 주막집이 분명하다.

마당의 낟가리가 눈에 쌓여 고깔 모양이다. 뒤란 장독에도 눈이 소복하다. 삿갓 쓴 짐꾼이 주막에 막 들어서는데 굽은 등에서 벌써 허기가 느껴진다. 먼 길에 지친 말은 목이 타는지 물가로 내쳐 달린다. 일하던 주모가 고개를 돌리며 금세 반가운 낯빛을 띤다. 시골 검둥개는 덩치만 컸지 낯선 나그네를 봐도 도통 짖지 않는다. 집 주인 하는 대로 나그네를 수굿하게 맞는다.

날 저물면 과객은 인가가 그립다. 고려 문인 이숭인의 시에 나온다. ‘주린 까마귀는 들에서 울고/ 겨울 버들은 냇가에 누웠네/ 어디쯤 사람 사는 집 있나/ 먼 숲에 흰 연기 피어오르네.’ 저 짐꾼도 멀리서 주막집 깃대를 보고 안도했을 터.

주모가 말아주는 국밥 한 그릇 얼른 비우고 아랫목 절절 끓는 봉놋방에서 등을 지지면 내일 가야 할 길도 멀지 않으리.

손철주(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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