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순만 칼럼] 시험대에 오르게 될 한국정부 역량 기사의 사진

“한반도에 새로운 기회가 온 것은 분명하다. 자신감과 유연성이 필요하다”

“앞으로 한반도는 어떻게 되는 거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100%의 한국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질문이다. 쉽게 답이 나올 수 없는 의문이다. 변수는 너무 많고, 한반도를 둘러싼 관련국들의 이해관계는 요동칠 것이다. 그래서 더욱 답이 필요하다.

문제를 풀어야 할 측은 한국 정부다. 당장 답을 발표해 주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전개될 무수한 고비와 국제정치의 파도 속에서 하나하나 치밀하게 풀어나가면서 우리의 의도대로 상황을 전개해 나가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MB 정부는 한국의 미래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남북 문제에 대해 철학과 비전을 갖춘 정부로 평가받기 어렵게 될 것이다.

북한은 20년을 준비해 비교적 탄탄한 나라를 물려받았던 세습 2세의 통치가 실패로 끝났고, 채 2년이 못 되게 준비한 28세 미지수의 인물이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진 나라를 3대째 세습하게 되는 상황이다. 예상하기 어려운 일들이 펼쳐지게 될 것이다. 한반도에 새로운 기회가 온 것은 분명하다. 역사와 국민들 앞에 주어진 이런 기회와 과제를 우리 정부가 제대로 감당하지 못한다면 역사적인 불미함을 남기게 될 것이다.

북한은 지구상에서 가장 변화하지 못하는 나라다. 남북대화를 해 본 어떤 당국자는 북한이 어느 나라보다 어려운 상대라고 말하고, 또 다른 당국자는 곧이곧대로 강직하기만 하기 때문에 수읽기가 가능한 수월한 상대라고 말한다. 서로 반대되는 의견이지만 사실은 같은 의견이라고 보이는 측면이 있다. 경직되고 융통성이 없다는 사실이다. 북한이 변화하지 못하는 1차적인 이유다.

1974년 후계자로 확정된 이후 1994년 김일성 전 국가주석이 사망할 때까지 20년간 김정일을 보는 국제사회의 시각에는 어느 정도의 기대가 있었다. 오랜 후계 수업을 거쳤다는 점, 국정 장악력을 확보했다는 점, 한국전을 감행한 북한 건국 1세대와는 달리 비교적 열린 사고방식을 보여준다는 점 등에서 북한의 변화를 기대했었다. 그러나 김정일 체제의 북한은 국제사회의 여론에 결코 부응하지 못했다. 그간 두 차례 남북 정상회담이 열렸고, 한때 활발한 남북 경제협력이 있었지만 남북 화해협력의 발걸음은 현재 대부분 단절돼 있다. 중국을 제외하고는 세계 어느 나라와도 원활한 관계를 형성시켜 왔다고 평가받기 어렵다.

국제관계뿐 아니라 북한 내부 사정은 더욱 심각해졌다. 1994∼95년에 200만명가량 아사한 것으로 알려진 이후 식량 사정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고, 해마다 수십만명의 아사자가 나오는 상태가 20여년 동안 계속되고 있다. 나라 전체가 굶주림의 광기에 사로잡혀 있다고 보면 될 것이다.

국제사회에서 어느 정도 주목을 받았던 김 위원장이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든 데에는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주 요인은 국제사회의 변화에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이고, 그 원인은 독재체체로 유지돼온 사회의 폐쇄성에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후계자 시절의 김정일이 아무리 색다르고 열린 제스처를 보였을지라도 오랜 독재체제에서 혈통으로 세습된 지도자는 어떤 역량으로도 그 사회의 닫힌 시스템을 열어젖히기가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3대 권력 세습은 북한에 더욱 큰 수렁을 만들 가능성이 커 보인다. 김정은이 일차적으로 권좌에 착근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권좌에 앉더라도 단독으로 정책을 결정하고 국정을 운영해본 경험이 전무한 젊은이가 엄청난 결핍공화국을 통째로 굴러가게 할 능력을 어떻게 확보할지 회의적이다.

지구촌의 사정으로 보더라도 지금은 김정은에게 불리한 상황이다. 아랍의 민주화 바람은 독재정권을 수십년간 유지시켜온 백전노장들을 줄줄이 쓰러뜨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문제를 주도적으로 풀어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자신감과 유연성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인다. 페이스를 이끌 수 있다는 냉정한 자신감, 북한은 물론 우리 내부의 경직성도 다스려 나갈 수 있는 유연성 말이다.

임순만 수석 논설위원 s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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