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이기선] 2011년 정치에 관한 斷想 기사의 사진

“정당정치 새 패러다임 위해선 기득권 버리고 국민 위한 정치 회복해야”

올해 중요한 정치적 사건 중의 하나는 ‘1987년 체제’에 기반을 둔 현 정당정치가 마침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될 계기를 맞았다는 것이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는 91년 신설된 이래 5차례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내리 승리했던 지역이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도의원 4명과 시의원 14명 중 8명도 한나라당 소속이다. 그곳에서 실시된 국회의원선거에서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는 이변이 연출됐다. 그리고 서울시장선거에서는 민주당의 입당 제의를 마다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한 후보가 이른바 ‘안풍(安風)’에 힘입어 낙승했다.

약 6개월 시차를 두고 실시된 이 두 선거 결과가 갖는 정치적 함의는 매우 크다. 분당 국회의원선거가 여당에 대한 심판이었다면, 서울시장선거는 기성 정치권에 대한 심판으로 규정지을 수 있다. 서울시민들은 한나라당은 물론 민주당에 대한 기대도 접고, 안철수 교수로 상징되는 새로운 정치를 갈구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런 결과는 마침내 정치권의 지각변동을 불러왔다. 디도스 사건으로 더욱 곤경에 빠진 한나라당은 박근혜 전 대표를 중심으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쇄신에 박차를 가할 기세다. 각종 선거에서 야권 단일화의 효과를 확인한 민주당은 새로운 정치세력으로 등장한 노동계와 시민사회를 포함하는 대통합으로 환골탈태를 꾀하고 있다.

한 여론조사 전문기관에서 지난 22일 실시한 정당지지도 조사 결과를 3주 전과 비교해보면 한나라당은 3.9% 포인트, 민주당은 5.3% 포인트 각각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민이 양대 정당의 변화 노력을 일단 긍정적으로 지켜보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하겠다. 그러나 새로운 체제가 구태(舊態)를 바로잡지 못한다면 국민은 일말의 기대마저 거둬들이고 새로운 대안을 찾을 것이다.

정치는 다양한 이해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대립과 갈등을 빚게 마련이지만, 궁극적으로는 협상과 타협으로 최대 공약수를 찾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정치에서는 협상과 타협이 ‘회색’으로 매도되는 반면 선명성과 투쟁이 최고의 가치로 치부되고, 국민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정파와 자신의 이해에 따라 처신하는 ‘전도된 가치관’이 지배한다. 최근에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일부 국회의원들의 소회에는 이런 현실정치에 대한 좌절감과 자괴감이 짙게 배어 있다.

정치 환경이 급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근대적인 정치행태가 전통처럼 이어지는 이유는 무엇보다 정치권에 대한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이 그들을 심판하는 방법은 선거뿐이다. 그러나 막상 선거 때는 지난 일을 이미 잊어버렸거나 지난 일에 관대한 심성 때문에 제대로 심판할 수 없다.

바람직한 것은 정치권의 자정이다. 그러나 과거 ‘성희롱 사건’에서 보았듯이 그들은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하다. 국민의 비판이 고조되면 개혁의 몸짓을 보이면서 시간을 끌다가 여론이 잠잠해지면 유야무야되고는 했다. 지난 6월에 여야가 합의해 기대를 모았던 국회선진화법조차도 6개월째 표류 중이다.

‘버려야 얻는다’는 말이 있듯이, 새 체제가 국민의 신뢰를 얻으려면 헌법기관이라는 이름 뒤에서 누렸던 기득권을 버려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국회의원 소환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일이다. 이미 같은 선출직인 지방단체장과 지방의원에 대한 주민소환제가 도입돼 있고, 국회의원으로 부적격한 사람을 소환하는 것은 그를 선출한 주권자로서 갖는 마땅한 권한이다. 다만, 현행 주민소환제처럼 남발되거나 정치적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제도적 보완은 필요하다.

최근 한 언론기관에서 정당학회 회원들을 대상으로 한국 정당이 위기에 처한 가장 큰 원인을 물어본 결과, 응답자의 61.9%가 ‘정당과 국민 사이에 공감, 일체감 결여’라고 지적했다. 모름지기 ‘국민과 함께하는 정치’ ‘국민을 위한 정치’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국민은 더 이상 수동적인 피치자(被治者)가 아니다.

이기선 전 중앙선관위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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