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종 칼럼] 좌클릭 경쟁으로 세상이 바뀐다 기사의 사진

새해를 맞아 저와 여러분은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게 될 겁니다. 저는 그 신세계가 이상향이었으면 좋겠습니다만, 솔직히 그건 자신이 없습니다.

북한에 불안한 새 리더십이 들어섰고, 미국 러시아 등 세계 주요 국가들도 올해 대통령 선거가 있는 등 한반도는 물론이고 국제 정세가 복잡합니다. 그러나 그러한 것들이 우리에게 미칠 영향에 대해선 언급을 피하렵니다. 너무 거창하고, 또 총선과 대선을 거치면서 국내 상황에서 새롭게 경험하게 될 일만도 충격적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50대 이상의 기성세대는 그 변화에 어지러움을 넘어 두려움을 느낄 정도일 겁니다. 특히 보수 성향의 인사들은 그걸 받아들이기가 더 힘들지도 모릅니다. 겪어보지 못한 것은 물론이고 기존 사고의 틀을 벗어난 일들이 전개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질서 창조를 위한 기존의 질서 파괴, 즉 빅뱅이라고나 할까요.

바뀐 정치의 핵심 변수

빅뱅은 정치판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날 겁니다. 많은 분들은 이미 감지했을 겁니다. 지난해 불시에 쓰나미처럼 밀어닥쳐 지금까지 잠잘 줄 모르는 안철수 바람, 평지돌출한 박원순씨의 서울시장 당선에서 말입니다. 기존의 정치질서, 가치체계가 여지없이 무너지는 것을 보셨습니다. 이는 예고편에 불과합니다. 본편은 올해 보시게 될 겁니다.

우리 정치의 핵심 변수였던 지역감정, 좌우 이념, 남북문제 이러한 것들이 사라지진 않겠지만 퇴색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중추인 2040 세대들의 그러한 것들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것들에 매달리다간 낡은 세대를 의미하는 속어 ‘꼰대’로 불립니다. 2040 세대의 가장 큰 관심사는 먹고 사는 문제, 좀 고상한 표현을 빌리자면 복지, 분배, 경제적 민주 평등 이러한 것들입니다. 잘 살고 못 사는 게 각자의 능력에 달렸다는 신자유주의주의자들이나, 제 팔자소관이라고 생각하는 기성세대에겐 2040 세대의 신사고가 적잖이 거북할 겁니다.

복지, 분배, 경제적 민주주의 등과 관련하여 진보 좌파에 대해선 특별히 말할 필요가 없을 겁니다. 그들은 그러한 것들을 그들의 전유물인양 내세워 왔으니까요.

주목할 쪽은 집권 보수 세력입니다. 보수 세력 중 시대가 바뀌고 있다는 사실을 빠르게 간파한 지도자가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 아닌가 싶습니다. 그는 정부와 한나라당이 성장을 강조할 때 분배, 특히 보편적 복지에 관심을 표명했었습니다. 그는 정책 면에서 진보 좌파 정당과 경쟁한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확실하게 좌클릭하여 복지 쪽에 힘을 쏟을 것으로 보입니다.

정권은 이미 이명박 정권이 아니고 한나라당은 이미 한나라당이 아닙니다. 박 위원장이 정권을 인수하여 과도 정권을 이끌고 있는 형국입니다. 그래서 국정 전반이 그가 의도하는 대로 크게 좌향좌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 전권을 위임받은 비상대책위의 구성원 면면을 보십시오. 기존 질서를 깡그리 파괴하고 새로운 질서를 창조해야 된다고 합창하고 있지 않습니까. 분배 복지 등에 대한 의식이 박 위원장보다 더 왼쪽에 가 있습니다.

현 정권 핵심 등 기득권을 가진 보수로서는 거북스런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들의 기준으로 볼 때 박 위원장과 그의 비대위가 동의하기 힘든 방향으로 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마찰과 갈등이 불가피합니다. 저는 그 가능성을 희박하게 보지만 경우에 따라선 보수가 분열될 수도 있겠죠.

시대흐름이 된 보편적 복지

박 위원장은 보수 세력의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 살얼음판을 걷듯 하겠지만, 정책 쇄신과 인물 쇄신을 포기할 수 없을 겁니다. 그걸 포기하면 죽는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2040 세대의 사고와 시대의 흐름이 그러니까요. 보수 세력이 저항은 하겠지만, 보수 정권을 유지하기 위한 대안이 마땅치 않아 저항에는 한계가 있을 겁니다.

우리는 보수 지도자에 의한 진보 좌파적 정책 쇄신과 인물쇄신이라는 전대미문의 정치 실험을 보게 될 겁니다. 그리고 정치에서 시작된 새로운 세계가 경제, 사회, 나아가서는 남북문제에까지 확산되는 걸 체감하게 될 겁니다. 아무쪼록 그 신세계가 이상향이었으면 좋겠습니다만.

백화종 부사장 wjbae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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