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열며-이광형] 조선왕실도서 어디에 두나 기사의 사진

새해 벽두에 꼭 봐야 할 전시를 꼽으라면 서울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다시 찾은 조선왕실 의궤와 도서’ 특별전을 추천하고 싶다. 일본으로 강제 반출됐다가 100여년 만에 고국 품에 안긴 조선왕실도서 150종 1205책 가운데 의궤 26책, 기타 일반서적 1038책이 일반에게 선보이고 있다. 전시 기간은 2월 5일까지이며 관람료는 없다.

돌아온 의궤 대부분은 고종∼순종 시대 제작품으로 훼손에 대비해 오대산 태백산 강화도 등의 사고(史庫)에 여러 본을 제작해 나눠 배치한 분상용(分上用) 중 하나다. 임금에게 보이기 위한 어람용(御覽用)은 순조와 그의 아들 익종의 초상화를 수리한 내용이 담긴 ‘영정모사도감보완의궤’가 유일하다.

이와 같은 의궤가 규장각에도 남아 있지만 붉은색 비단을 표지로 쓴 데 비해 이번에 돌아온 의궤는 황색 비단을 써서 어람용임을 뒷받침한다. 1897년 대한제국 선포와 그에 따른 황제 즉위식 및 황태자 책봉 등에 관한 내용을 기록한 ‘대례의궤’를 비롯해 황실의 혼례, 출산, 잔치, 장례, 어진 제작 과정을 담은 의궤도 볼 만하다.

귀환 도서 대부분을 차지하는 일반도서는 초대 조선통감을 지낸 이토 히로부미(1841∼1909)가 일본 궁내부 규장각과 통감부 수집본 중에서 한·일 관계 사항을 조사 자료로 쓸 목적으로 반출한 것이다. 이 가운데 정조의 시문집인 ‘홍재전서’, 태조 이성계가 함흥에서 행한 의식을 정조가 직접 저술한 ‘함흥본궁의식’이 눈길을 끈다.

프랑스 외규장각 도서가 귀환한 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전시됐을 때처럼 연일 관람객들의 발길이 줄을 잇고 있다는 소식이다. 전시장이 경복궁 안에 있어 고궁 산책과 연계해 관람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율적이라는 반응이다. 프랑스 외규장각 도서가 ‘5년 갱신의 영구임대’여서 다소 자존심이 상했지만 이번 도서는 ‘완전한 귀환’이어서 더욱 의미가 있다.

하지만 전시가 끝나고 나면 귀중한 이 도서들을 어디에 보관할지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귀환 도서 중 조선왕실의궤는 81종 167책으로, 원래의 소장처가 파악된 것을 분류하면 오대산 사고 44종 81책(48.5%), 태백산 사고 7종 10책(6%), 정족산 사고 6종 19책(11.4%), 강화도 사고 3종 3책(1.8%), 규장각 1종 1책 등이다.

의궤류 중 절반가량이 강원도 월정사 경내 오대산 사고에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월정사 등 일각에서는 오대산 사고본 만큼은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강원도는 보관 장소 및 방법 등의 문제가 제기되자 2013년까지 120억원을 들여 항온·항습 기능을 갖춘 월정사 유물박물관을 건립하기로 했다고 한다.

문화재는 제자리에 있어야 존재 가치가 빛난다는 주장은 일리가 없지 않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번에 같이 돌아온 도서류는 같은 자리에 함께 있어야 빛이 나지 또다시 제각각 떨어지게 되면 100여년 만의 귀환이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몇 시간 걸려서 가야 하는 곳에 둔다면 전시나 연구 등의 활용에 상당한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귀환한 우리 도서의 보관 문제는 광범위한 여론 수렴 과정과 공청회, 문화재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확정될 전망이다. 다만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조선왕실도서들이 우리 국민 모두의 것이지 문화재청이나 월정사 등 특정 기관의 소유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우여곡절 끝에 돌아온 소중한 우리 문화유산을 국민 누구나 보고 싶을 때 언제든지 볼 수 있어야 한다.

이광형 문화생활부 선임기자 ghlee@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