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기 칼럼] 규제 풀어도 시원찮을 판에 기사의 사진

“준법지원인제 의무화는 기업에 부담을 떠넘겨 투자의욕을 해치는 몰염치 행위”

지난 연말부터 새해 경제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줄을 잇고 있다. 유럽발 재정 위기 확산으로 저성장 기조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비관론이 짓누른다.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도 낙관할 만한 바탕을 찾기 어렵다. 김정일 사후 그 아들 김정은이 전면에 나서면서 북한 태도에 무언가 긍정적인 변화가 있지 않을까 막연한 기대도 있었지만 우리에게 돌아온 북측 반응은 협박과 폭언뿐이다.

그러나 연초부터 너무 의기소침할 필요는 없다. 지난 세월을 되짚어보면 새해에는 억지로라도 숨을 크게 쉬며 포부와 용기를 키웠을 따름이지 누가 보아도 우리 여건이 좋았다고 안심할 만한 적은 매우 드물었다.

지금 우리 사회의 중추 세대는 어릴 때 6·25 전쟁의 참화와 처절한 생활상을 직접 겪거나 전해 들으면서 성장했고, 젊은 시절에는 암담한 정치현실과 부정부패에 절망해야 했다. 여기에다 1970년대 석유파동 그리고 ‘서울의 봄’이 무산되면서 다시 찾아온 1980년대 군부 철권통치, 비교적 가깝게는 1997년 외환위기에 이르기까지 기억에 남은 세월은 희망보다 대부분 좌절과 실망의 연속이었다.

우리는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이런 고비를 헤쳐 나오면서 그 경험과 노력을 바탕으로 차곡차곡 번영의 기틀을 쌓아 지난해엔 무역 1조 달러 시대를 열고 세계 7위 수출대국으로 우뚝 설 수 있었다. 하지만 외국으로부터 경이로운 찬사를 듣는 한국 경제의 성취가 막연한 기대나 운(運)만으로 이뤄진 것은 결코 아니다. 낙천적 성품이 난관 극복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뒷받침할 치밀한 계획과 강한 추진력이 있어야 실제 성과를 낼 수 있다. 미리 대비할 줄 모르고 성과만 기대하는 안이한 자세는 많은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는 실패를 부르기 십상이다. 눈앞에 다가오는 위기 조짐을 보면서도 방심하다가 당한 외환위기의 뼈아픈 교훈이 아직 생생하다.

올해는 물가와 고용 성장 수출 등 다방면에서 지난해보다 훨씬 심각한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 대세를 이룬다. 누적된 가계부채와 고물가의 여파로 소비여력이 떨어져 내수는 더욱 위축되고 선진국 재정위기 영향으로 수출시장마저 불안해지는 모습부터 그려진다. 우리나라 재정건전성은 아직 양호한 수준이라지만 올해 대선과 총선을 앞두고 표를 얻기에 급급한 포퓰리즘 정책이 쏟아져 나와 재정부담을 가중시킬 우려가 크다. 여기에다 고령화의 빠른 진행과 공기업 부실도 재정을 악화시킬 요인으로 꼽힌다.

산적한 재정악화 요인에 대처하려면 우선 정부와 기업 국민 등 경제주체들이 사회갈등을 완화하고 정치 경제 등 각 분야에서 비효율을 제거하는 캠페인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기업의 투자의욕을 꺾거나 부담을 더하는 불필요한 규제를 가려내 혁파해야 한다. 부동산 시장을 위축시키는 과도한 세제도 그 대상이다. 아울러 국민에게는 인기에 영합하거나 계층간 갈등을 선거에 이용하려는 정치인과 정당을 가려내 축출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경제회생을 위해 기업의 발목을 잡는 기존 규제를 풀어 보자는 마당에 새로운 규제를 추가하려는 어이없는 발상도 나온다. 개념조차 불분명한 초과이익공유제를 도입한다거나 준법지원인제도를 의무화하려는 시도가 그러하다. 특히 자산 3000억원 이상 상장사에 준법지원인을 반드시 두도록 하겠다는 법무부 방침은 법조인 밥그릇을 챙겨주기 위한 직역이기주의로 지탄받아 마땅하다. 기업인들은 변호사 또는 법학교수 출신 준법지원인을 두려면 최소한 임원급 대우를 해야 하는데 이는 대졸 신입사원 5∼6명을 더 뽑을 수 있는 비용이라고 반발한다.

경제 전망이 매우 어둡다지만 미리 대비해 불필요한 군살을 제거할 수 있다면 크게 낙담할 이유는 없다. 정부 예산을 경제회생에 맞춰 효율적으로 집행하고 시장을 위축시키는 요인들을 면밀하게 점검해 제거하는 규제완화 정책이 따라줄 때 충분히 극복 가능하리라고 본다. 이명박 대통령이 남은 임기 중 바로 전력을 기울여야 할 분야다.

김성기 편집인 kimsong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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