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피니언 > 칼럼 > 데스크시각

[데스크시각-남호철] 슬픈 워낭소리

[데스크시각-남호철] 슬픈 워낭소리 기사의 사진

구제역이 전국으로 확산되던 2010년 말 TV 뉴스를 통해 방영되던 장면들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잔인하게 매몰 처분되던 소를 눈물로 떠나보내던 축산농가 주민들의 모습은 보는 이들의 마음을 짠하게 했다. 자식과도 같은 소들이 멀쩡한 채로 죽어나가는 모습을 손놓고 볼 수밖에 없었던 농민들의 마음은 말로는 다 헤아릴 수 없었다.

그에 못지않은 상황이 최근 발생했다. 전북의 한 소 농장에서 사육되던 소 10여 마리가 사료를 먹지 못해 굶어 죽었다. 농장주인이 소값 폭락과 사료값 상승을 감당하지 못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사료량을 점차 줄이다가 최근에는 물밖에 주지 못해 소가 아사(餓死)한 것이다.

30여년간 소를 키운 이 농민은 한때 150마리가 넘는 소를 사육했으나 최근 1억5000만원의 빚을 질 정도로 경영이 급격히 악화됐다. 국제 곡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사료값이 2년 전과 비교해 16.2% 인상된 반면 육우(젖소 수컷)의 송아지값은 삼겹살 1인분과 같은 수준인 1만원까지 추락했기 때문이다. 2년간 송아지를 키워 시장에 내다 팔면 산술적으로 115만원을 손해본다는 분석도 있다.

“사료값을 못 대는 현실에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다. 수십 년간 소와 함께 살아왔는데 지금 형편이 어렵다고 내다 팔 수는 없는 일이다. 자식 같은 소와 운명을 함께할 작정”이라는 이 농민의 말에서 절망감이 배어나온다.

육우 송아지를 시장에 내놓아도 팔리지 않는 상황이 일어나다 보니 육우 송아지를 가져가는 사람에게 감사의 뜻으로 송아지에게 먹일 분유를 얹어주는 기현상도 빚어진다. 특히 “초상집에 부조 대신 소를 가져다 줬는데 상주가 소값이 1만원밖에 되지 않으니 4만원을 더 내고 가라고 했다”는 웃지 못 할 우스갯소리도 나돌 정도다.

하지만 ‘불편한 진실’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소값은 떨어졌지만 시중 유통점이나 음식점의 소비자가격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축산농민들이 한숨을 짓고 있는 사이에 소값 하락의 이익이 소비자가 아닌 엉뚱한 부류에 돌아가고 있다.

당연히 화살은 중간 유통상에게로 향했다. 여러 단계의 중간 유통을 거치는 동안 상인들의 농간으로 소비자가격이 낮아지지 않고 있으며 그에 따른 차익은 중간 유통업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음은 말할 것도 없다.

식당 주인들도 나름대로 항변하고 있다. 소 경매가격에 큰 변동이 없는 데다 인건비와 임대료 등 운영비가 지속적으로 올라가고 있어 산지가격을 반영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소값 폭락은 우리 축산업의 생산 기반을 무너뜨린다. 구제역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으로 가뜩이나 힘든 축산농가의 생존권마저 위태롭게 한다. 과거 쓰라린 경험이 반복되기 전에 시급한 생산농가 보호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가 우선 급한 대로 군납용 쇠고기를 외국산 대신 한우로 대체한 것도 한 방안이긴 하다. 하지만 이 같은 ‘발등의 불끄기’ 형태의 단기적 처방만으론 한계가 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소득보전으로도 한계를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소비자의 기호에 맞는 고급육 생산 확대와 가격 인하, 쇠고기 유통의 투명성 확보, 정육점 형태의 대형 식당 확산, 사육환경 관리 등을 통한 생산비 절감책 마련 등을 주문하고 있다. 슬픈 워낭소리가 또다시 전국에 메아리치기 전에 농심을 어루만질 수 있는 정부 당국의 체계적인 대책이 절실하다.

남호철 디지털뉴스부장 hcnam@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