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현길언] ‘나’는 ‘가수’다 기사의 사진

‘나가수’는 날로 그 인기가 더해간다고 한다. 원 이름 ‘나는 가수다’라는 이 TV 음악프로는 시청자들의 많은 호응을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유사한 프로들이 많이 등장하는 것으로 봐서 방송 음악프로의 신선함을 마련해주는 것 같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가수’들의 진정한 면모를 세상에 보여줄 수 있다는 데 있다. 출연 가수들과 그를 돕는 여러 사람들, 음악을 듣고 감격하는 평가단까지 하나가 돼 이 프로를 만들고 있다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

출연하는 7인의 가수는 추첨에 의해 순서가 결정된다. 이미 관객과 평가단은 출연할 가수와 발표할 곡을 알고 있다. 자신의 곡이 아니라 다른 가수들이 불렀던 타인의 작품이다. 그것을 편곡해 자기 작품으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자기 작품으로 연주를 하는 것보다 더 힘들고 성공하기도 어렵다.

사회자가 출연자의 이름과 곡을 소개한다. 관객들은 그 가수를 기다린다. 여러 번 이 무대에서 만났던 가수이지만 오늘은 어떠한 모습으로 나타날까 기대하면서 기다린다. 가수가 올라온다. 그 순간부터 관객들은 전혀 새로운 모습에 놀라면서 환호한다. 지금까지 이 무대에서 만났던 그 얼굴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일종의 배신인데, 그 배신이 관객을 열광하게 만든다. 왜 그럴까? 출연자는 관객의 기대를 뛰어넘기 위한 변신을 위해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다.

무대에 선 가수는 자신과 협력자들이 함께 만든 곡을 열창한다. 그것은 단순히 한 가수가 노래를 부르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드라마를 연출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노래는 관객들을 감동시킨다.

끝나면 관객들은 우레 같은 박수로 가수의 열정에 보답한다. 눈물을 닦는 사람도 있고, 일어서서 환호하는 사람도 있다. 무대에서 내려온 주인공은 뒤에서 기다리는 매니저와 포옹한다. 땀을 닦고 생수를 마시며 자기 무대에 대한 솔직한 자기 평가를 한다. 만족한다, 아쉬웠다, 가사를 잊어먹었다, 자신에게는 거짓이 없다. 그리고 대기실에서 기다리는 여섯 명의 가수들도 그에게 찬사를 보낸다.

가수는 곡을 선정하고, 원곡의 음악성을 살리면서 그것을 자기의 노래로 만들어냈다. 편곡을 하고, 자기화하는 데 필요한 기획을 하고, 다양한 음악적 장치를 통해 새로운 자기 곡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여기에 가수의 창조성이 요구된다.

원곡이 본인의 음악성과 맞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그 다름을 통해서 새로운 자기 음악을 만들어내고, 원곡의 의미도 확장시켜 놓는다. 이러한 작품을 만들어내는 데는 많은 이질성을 융합해 새로운 조화를 만들어내려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이들의 음악성에 대한 평가는 평가단이 내린다. 그런데 가수들은 평가단의 구성이나 취향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 평가단도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내는 한 역할로 생각할 뿐이다. 즉 가수는 평가단을 위하여 노래하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자신의 음악을 그들을 통해서 다시 확인할 뿐이다.

가수들은 청중에게 아부하지 않으나 좋은 음악을 선사하겠다는 마음만은 절절하다. 이들은 자신이 최선을 다했다면 청중도 평가단도 그 음악을 사랑할 것임을 확신하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떳떳하다. 그들은 어디까지나 ‘나’는 ‘가수’다라는 자존심을 잃어버리지 않는다.

이 프로에 출연하는 가수들의 면면을 대하면서, 그들의 자기 삶과 일과 작품에 대한 치열성과 진정성,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한 정직성을 확인하게 된다. 아아! 우리 사회에도 이렇게 자기 세계를 열정적으로 온몸으로 추구하는 사람들이 있구나 하는 일종의 경외감을 갖는다.

이 프로는 오늘의 한국사회에서 소위 대중음악을 하는 사람들의 자기 존재성을 세상에 전하는 계기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삶의 치열성과 진정성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이며 남을 감동시키고 사회를 통합할 수 있는 무기가 될 수 있는가를 시사하여 주었다. 우리 사회의 각 분야에서, ‘나는 ***이다’라는 사람들이 왜 많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도 갖게 한다.

현길언 소설가 본질과현상 발행·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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