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태 국회의장이 정치 인생 24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한나라당 고승덕 의원이 검찰에 가서 전당대회 돈 봉투 제공자가 박 의장이라고 진술함에 따라 4·11 총선 불출마와 정계 은퇴는 물론, 사법처리까지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다.

박 의장은 의혹을 강하게 부정하면서 정면대응하고 있지만 주변에서는 검찰 소환이 기정사실화되는 게 아니냐고 걱정하는 분위기가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입법부 수장인 만큼 검찰이 강제 구인을 하지는 않겠지만 피의자 신분은 쉽게 피할 수 없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설상가상으로 한나라당마저 이날 국회의장직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오는 5월 말 임기를 마치기도 전에 공직 사퇴에다 ‘친정’에도 돌아가지 못하는 신세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일본을 방문 중인 박 의장은 9일 숙소인 도쿄 데이코쿠호텔에서 한국 취재진과 만나 “혹시 보좌관이 그랬는지 확인해봤지만 돈 준 사람도, 돌려받은 사람도 없다더라”며 “고 의원이 도대체 누구한테 받았다는 건지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의장은 “나는 그때 개인명함을 돌리지 않았다. 선거용 명함이라면 전당대회 때는 누구나 다 돌리는 거 아니냐. (돈 봉투는) 모르는 일”이라고도 했다. 전날 고 의원이 검찰에서 “2008년 지도부 선거에 출마한 박 의장 명함이 돈 봉투에 들어있었다”고 진술한 부분을 반박한 것이다.

검찰 수사 협조 여부에 대해선 “내가 치외법권 지역에 있는 사람이냐”며 협조 의사를 피력했다. 그는 자신이 차기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는 언론 보도와 관련, “나는 불출마의 ‘불’자도 꺼낸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지역구에 예비후보로 등록한 정치인에 대해 “그저 덕담 정도를 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국회의장실 관계자도 언론과의 접촉에서 “박 의장은 2008년 전당대회 당시 돈 봉투를 주거나 돌려받은 일이 없다”면서 “뿔테 안경을 쓴 젊은 남성이 돈 봉투를 전달했다는데 고 의원은 그가 누군지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신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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