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아 사건 내 생애 유일한 시련이자 가장 큰 고비 盧 전 대통령 진보도 보수도 아닌 합리적 실용주의자”

“비록 법원이 신정아씨와 관련된 문제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지만 그건 세상과 나의 문제일 뿐이다. 이 일로 내가 두 사람, 노무현 대통령과 내 아내에게 커다란 실망과 상처를 입힌 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다.”

변양균(63·사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긴 침묵을 깨고 10일 펴낸 ‘노무현의 따뜻한 경제학’(바다출판사)에서 이같이 털어놨다. 본문은 참여정부의 경제정책 입안자답게 ‘노무현 이코노믹스’에 대해 설파하고 있지만 책 앞뒤에 붙은 ‘글을 시작하며’와 ‘글을 마치며’에서 털어놓은 내면은 ‘참회’에 맞춰져 있다.

“감옥에서 풀려난 게 2008년 3월 31일이었다. 그 후 낙향하신 노무현 대통령께서 봉화에 한번 들르라는 전갈을 주셨다. 세 번이나 말씀하셨다고 전해 들었다. 그러나 도저히 대통령을 뵐 낯이 없었다.”(‘글을 시작하며’)

변 전 실장은 2007년 가을 ‘신정아 사건’으로 사표를 내러 노 대통령과 대면했을 때의 추억에 대해서도 털어놓았다. “대통령이 나를 불러 ‘관저 뒷산으로 같이 산책이나 가자’고 했다. 벤치에 단둘이 앉았다. 별 말을 못하고 대통령의 위로만 들었다. 그중에 특별히 잊을 수 없는 말이 있다. ‘제일 상처 받을 사람이 부인이니, 부인을 잘 위로해드리세요.’”

그는 “내가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그분을 위해 해야 할 일이 꼭 하나 있다. 그분이 이뤄 보고자 했던 이 나라 경제 비전과 복지 비전을 알리는 것”이라고 집필 배경을 밝혔다. 변 전 실장은 특히 노 전 대통령에 대해 “진보도 보수도 아니었다”면서 “마음속으로 늘 진보를 꿈꿨을지 모르지만, 정책 결정 책임자로서 그가 가졌던 유일한 기준은 합리적 실용주의였다”고 평가했다.

변 전 실장은 ‘글을 마치며’에서 신정아 사건에 대해 “내 생애 유일한 시련이었으며 가장 큰 고비였다. 나의 불찰이고 뼈아픈 잘못이었지만, 그 결과가 그리 참혹할 줄 몰랐다는 것이 더 큰 불찰이고 잘못이었다”고 참회했다. 그는 신정아 사건이 ‘개인적 일’이었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하지만 그로 인해 대통령과 국정 운영에 누를 끼쳤고 참회조차 못한 채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하게 됐다”며 다시 한번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는 “사건이 나고 나서 꽤 오랜 기간, 사람을 만나는 일조차 두려웠다”며 “아내가 아니었다면 다시 일어서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재기의 뜻을 우회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변 전 실장은 블로그 ‘변양균.com’을 개설해 시민이 국가 경제정책 수립과 집행에 참여하도록 하는 창구로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책날개에 저자 약력만 간단히 실었을 뿐, 자신의 사진조차 싣지 않았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추천사에서 “‘신정아 사건’으로 졸지에 가려져 버린 그의 경력과 재능과 진정성이 아깝다”고 평가하고 “그의 증언이 책임 있고 실증적이며 사실 관계를 가장 정확히 짚어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참여정부 시절 기획예산처 장관과 청와대 정책실장 등을 지낸 그는 신정아 사건이 터지면서 2007년 9월 불명예 퇴진했다.

정철훈 문학전문기자 chj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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