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곤 칼럼] 중앙당 해체하는 게 맞다 기사의 사진

한나라당의 남경필 의원 등 쇄신파 의원들이 정당개혁 방안으로 제시한 중앙당 해체, 당대표제 폐지에 귀가 솔깃해진다. 유력 정당들은 곧 막강한 권력이다. 이들은 공룡 같은 중앙당체제를 중심으로 특별한 영향력과 권력을 행사한다. 여당의 권력이 좀 더 크겠지만 야당의 힘도 (아마) 그리 덜하지는 않을 것이다.

당이 권력기관화 하면 자연 정부와 경쟁관계에 놓이게 된다. 입법부의 주요 구성요소로서가 아닌 또 다른 권력기관으로서 행정부와 권력을 다투게 되는 것이다. 이런 구조에서 입법부는 퇴조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정부는 입법부가 아닌 정당으로부터 끊임없이 공격받아 금방 레임덕 신세가 된다.

권력기관이 된 여야 정당들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만 5년 단임의 대통령은 정당과 국회의원들의 ‘밥’이 되기 십상이다. 이들은 과장된 목소리로 대통령의 독재 또는 권위주의를 호소한다. 위기의식의 발로가 아니라 기선제압용 엄포다. 이런 정치권에 대해 대통령이 구사할 수 있는 압박 겸 위협 수단은 검찰권 행사 정도이지만 이젠 검찰도 고분고분하지 않고 이른바 ‘약발’도 떨어져버렸다.

정당은 해마다 막대한 예산을 국고로부터 지원 받으니까 그 점에서는 준국가기관인 셈이다. 그러면서도 책임은 안 진다. 게다가 국고보조금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중앙당과 이를 구성하고 있는 정치인 각각의 씀씀이가 크다. ‘전당대회 돈 봉투’와 같은 ‘종전엔 대단히 상식적이었지만’ 이제는 국민적 지탄을 받게 된 작태도 고비용 정치구조의 일면이라 하겠다.

대통령 5년 단임제를 유지하려 할 경우 정당체제도 이와 균형을 이루도록 바뀌어야 한다. 한쪽은 임기가 5년인데 한쪽은 임기 제한이 없는 정당의 중앙당(지도부 개개인이 아닌 권력기관으로서의 조직)이라는 구도로는 권력투쟁의 상시화를 피하기 어렵다. 그래도 지속성을 입증한 것은 5년 단임제다. 이를 유지하면서 정당들의 전투성을 완화하는 게 최선은 아닐지 몰라도 차선책은 될 것이다.

정당의 힘을 줄이자는 뜻에서만 하는 말은 아니다. 국민 대표인 국회의원의 독립성과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서도 지금과 같은 권력기관으로서의 중앙당은 해체되는 게 옳다. 행정부 대 정당의 구도가 아니라 행정부 대 입법부의 구도가 되게 하려면 국회의원의 역할을 키우는 대신 정당의 소속의원에 대한 구속력은 줄일 필요가 있다.

私政治로의 퇴행 막으려면

한국적 정당정치의 부정적 측면은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 봉투에서도 확인됐다. 민주통합당의 전당대회는 또 다른 양상의 그늘을 보여줬다. 어느 당권 후보가 지난 15일 전당대회 최종 연설에서 했다는 말은 공포스럽기까지 하다. “6월 국회가 열리자마자 특검을 발동해 이명박 정권을 갈아엎어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이 당한 수모를 반드시 갚겠다.”

신문에서 읽은 내용이니까 그 어감이라든지 분위기를 정확히 알 수는 없다. 인용이 정확했다면 이는 정치 언어가 아니라 전투(전쟁) 언어다. 정치는 화해 화합 용서 평화 같은 상생적 가치의 편린들을 찾아내서 그것을 꿰맞춰 형상으로 완성해 가는 작업 및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에 전쟁은 투쟁 반목 불화 복수 불화 따위 상쟁과 증오의 교의에 의해 부추겨지는 파괴 행위 및 그 현장이다.

정치는 그 무엇보다 ‘복수’를 불허한다. 복수가 공공연히 선동되는 곳은 정치라는 공적 영역일 수 없다. 폭력조직 사이의 패권다툼, 즉 사적 영역일 뿐이다. 정당을 통합하고 리더십을 확보하려는 동기가 복수에 있었다면 정치포기 선언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정당정치의 이 같은 왜곡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중앙당은 해체하는 게 좋다. 정치의 영역에서 집단적 복수심을 자극하고 선동하는 것보다 더 파괴적인 일은 없다. 정치를 선악의 대결구조로 파악하고 대응하는 것보다 더 위험한 일은 없다. 집단과 집단, 조직과 조직의 증오 어린 권력투쟁에서 벗어나는 것이 정치인 스스로의 안전을 확보하는 길이다.

지금은 시간이 촉박해서 안 되겠지만 제19대 국회가 개원되면 무엇보다 정당체제의 혁신을 제1의제로 삼기를 기대한다. 지금 미리 공약해두면 더 좋겠고….

이진곤 논설고문·경희대 객원교수 jing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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