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혹의 건축-‘쌈지길’] 마당과 골목의 정겨움 기사의 사진

인사동은 서울의 자랑이다. 상업화했다고 욕을 먹어도 옛날의 푸근함이 많이 남아있다. 요즘은 평일에도 차가 다니지 않아 어슬렁거리기 좋다. 이곳에서 만나는 쌈지길은 편안하고 겸손한 공간이다. 모던하면서도 전통의 맛과 멋을 느낄 수 있다.

건물에 ‘길’이 붙은 것은 4층 전체가 하나의 골목으로 연결됐기 때문이다. 마름모꼴의 마당을 둘러싼 ‘ㄷ’자 형태다. 각 층은 완만한 경사로로 이어져 이곳저곳 가게를 구경하며 걷다보면 옥상의 하늘정원에 다다른다. 여기서 보는 인사동의 스카이라인이 일품이다.

건축에 얽힌 사연도 훈훈하다. 2004년 영빈가든 자리에 새 건물이 들어설 때 길가의 가게들이 퇴출 위기에 처했다. 문화계 사람들이 ‘12가게 살리기 운동’을 펼쳤고, 결국 땅주인 쌈지를 움직여 설계에 반영됐다. 이때 살아난 열두 가게가 지금 인사동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 대화가 만든 값진 성취가 아닐 수 없다. 패션브랜드 쌈지는 사라져도 인사동의 쌈지길은 오래도록 이어질 것이다.

손수호 논설위원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