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기 칼럼] 임진년에 걸러내야 할 토룡들 기사의 사진

“폭력을 훈장으로 여기는 정치인이 설치고 여당은 눈치나 보는 처지라면…”

‘흑룡의 해’라는 임진년 설 연휴를 지내면서 TV방송을 통해 용의 유래와 기운에 관한 전설을 듣고 또 들었다. 태어난 해에 따라 길흉화복의 큰 줄기가 정해진다는 교묘한 말부터 마뜩잖은 터에 임진년 풀이가 그리 대수로울까마는 채널을 돌려봐도 용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다.

친지들을 만나 흑룡 이야기를 듣다 보면 자연스레 올해 대선을 노리는 후보군 잠룡(潛龍)들에 대한 평가로 이어진다. 하지만 말이 잠룡이지 이념이나 지역 갈등을 부추겨 국민을 분열시키고 폭력을 조장하는 정치인들까지 후보군에 끼어들려고 용을 쓰고 조직폭력배와 다를 바 없는 수준 이하의 인물들이 날뛰어 자라는 학생들이 잘못 본받지나 않을지 걱정이 앞선다. 학교폭력이 갈수록 거칠어지고 수법도 교묘해지는 현실에서 방향감각도 없이 설치는 정치권 토룡(土龍)들까지 득세해 교육환경을 해치고 있다.

학교폭력 피해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와 학교 학부모의 지속적인 관심 아래 유해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데 대부분이 공감한다. 예방교육의 중요성도 자주 거론된다. 그러나 우리 현실은 오히려 유해환경을 더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정치와 사회 각 분야에서 난무하는 폭력과 폭언, 그리고 이를 영웅시하는 비뚤어진 시각이 학교폭력을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학교폭력은 법치를 우습게 여기는 정치권의 행패와, 욕설을 예사로 퍼붓는 사이버 공간의 공격성향에 직접 영향을 받는다.

인터넷 토론방이나 소셜네크워크서비스(SNS)에 올라오는 글을 보면 건전한 토론과 의견제시보다 일방적인 주장을 강요하는 내용이 훨씬 많다. 때로는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써가며 다른 사람을 비방한다. 토론은 사라지고 떼거리로 달려들어 폭언을 가하고 억지 부리는 사이버 공간도 흔히 볼 수 있다.

요즘 청소년들은 욕을 입에 달고 산다지만 그들만 나무랄 일도 아니다. 현직 판사가 ‘가카새끼라면’ 운운하며 욕설과 비아냥 투성이 글을 올려놓고도 무엇을 잘못했느냐는 투다. 한 인터넷방송은 방송법 규제를 받지 않는 법망의 허점을 이용해 근거 없는 유언비어로 국민을 기만하는 선동을 일삼고 교회와 기독교를 모독하는 만행을 벌이고 있다. 게다가 폭력과 살육을 즐기는 유해 게임이 인터넷에 널렸다. 실제로 학교폭력 가해자 중에는 가상의 공간에서 게임하듯 친구를 괴롭혔다고 진술한 학생이 적지 않다고 한다.

정치권에서는 소위 진보를 자처하는 좌파 세력들이 숫제 폭력을 미화해 법치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최루탄을 터뜨린 당시 민주노동당 소속 김선동 의원은 국회회의장에서 소동을 벌인 혐의로 고발됐지만 검찰의 소환요구를 모두 무시했다. 민노당은 김 의원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에 항거한 영웅이라고 옹호했지만 최루탄 사건으로 인해 우리 국회는 또 한번 국제적인 망신을 사야 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한·미 FTA에 반대하는 불법시위를 비호하면서 시위대의 경찰서장 폭행에 대해서도 ‘맞을 짓을 했다’는 식으로 억지를 부렸다. 일부 야당 의원들은 부산 한진중공업 등 파업 현장을 찾아가 격려하고 불법시위와 폭력을 부추겼다. 폭력을 자행한 야당의원을 엄중하게 처리하지 못하고 눈치나 보는 한나라당 역시 책임을 면하긴 어렵다. 좌파세력의 역공을 받을까 두려워 전전긍긍하는 여당의 행태는 폭력을 조장하는 행위와 다를 게 없다.

학교폭력을 추방하고 교육환경을 개선하려면 올해 총선에서 폭력을 조장해 교육환경을 해치는 정치권의 토룡부터 걸러내야 한다. 그리고 연말 대선에서 갈등과 분열 대신 화합과 희망을 안겨줄 수 있는 지도자를 선택해야 한다. 폭력을 훈장으로 여기는 의원이 영웅대접을 받고 이목을 끌 만한 새로운 방식의 폭력수단을 찾기 위해 골몰하는 정치판을 방치하는 한 학교폭력은 기승을 부릴 게 분명하다.

김성기 편집인 kimsong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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