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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혹의 건축-‘세종문화회관’] 관복의 위엄

[매혹의 건축-‘세종문화회관’] 관복의 위엄 기사의 사진

박인배 세종문화회관 관장은 취임 인터뷰에서 자신의 일터를 이렇게 말했다. “박정희 시대의 권위주의를 상징하는 건축물이다. 그리스 신전처럼 신이 사는 곳이지 시민이 와서 놀 곳은 아닌 구조로 지어놨더라. 지하철을 이용하면 위압적인 건물을 보지 않고도 들어올 수 있다.” 그는 무슨 글을 어떻게 읽었기에 저토록 미워할까.

이 건물은 엄덕문이 지었다. 그에게 박정희는 평양대극장을 능가하는 공간을 요구했다. 지붕에 기와를 올리고 처마에 서까래를 내라고 했다. 건축가는 거부했다. “그건 평양의 방식이다. 기와를 씌우지 않고도 전통을 살릴 수 있다.” 한국적 기념물은 그렇게 탄생했다. 지금 외부에 드러난 서까래 모양의 구조물은 권력과의 타협물이다.

건축가는 고궁과 정부청사를 옆에 둔 나라의 상징공간에 자리한 만큼 격조를 생각했다. 관복을 차려입은 사람의 위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어떤가. 마구 증개축하고 덧칠을 하는 바람에 초기 건축의 정신이 사라지고 말았다. 세종문화회관은 이제 수리(修理)가 아닌 보존의 대상이다.

손수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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