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김정란] 미션 드라마가 안겨준 감동 기사의 사진

우리 민족의 신명이랄지 흥, 감성은 특별한 데가 있는 것 같다. 고대 기록인 삼국지의 위지동이전에 보면 우리 민족은 춤추고 노래하는 것을 좋아했고, 축제를 벌이면 몇날 며칠을 춤추고 논다고 했다. 한류도 우리의 민족적 감성이라는 지하수에서 솟아오르는 샘물 같은 것이리라. 나는 연극을 좋아해 기회가 닿는 대로 보는 편인데, 작년에 본 것 중에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것이 둘 있다.

하나는 모교 캠퍼스에서 펼쳐진 ‘미라클(기적)’이라는 거리 연극이었다. 우선 모세의 탄생부터 출애굽까지의 역사가 재현되었다. 그리고는, 너희는 나의 것이 되고, 나는 너희들의 신이 될 것이라는 굳은 약속의 말씀이 십계명과 함께 본관 벽면을 스크린 삼아 펼쳐졌다. 그런데 갑자기 서치라이트가 본관 왼쪽의 6∼7층 되는 유리빌딩 벽면을 비추었다. 그곳에서는 강렬한 음악에 맞춰 세 명의 배우가 유리벽 위에서 춤을 추고 있었다. 밧줄연기였다. 그들은 사탄, 즉 공중의 권세 잡은 자(The Prince of the Air)를 가리키는 것이었다. 히브리민족이 여호와 하나님을 저버리고 사탄에게 경배하며 무릎 꿇는 심정을 이보다 더 극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그런데, 그들이 춤을 추고 있는 지점보다 한층 더 높은 곳에서 흰 옷을 입은 어떤 존재가 천천히 지상으로 내려오고 있었다. 그것은 이 세상에서 본 그 어떤 것보다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내 머리 위를 지나갈 때 보니 흰 옷을 입은 소녀였는데, 엷은 미소를 띠고 우리를 굽어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내려온 곳에는 환한 조명 속에 마리아가 아기 예수를 품에 안고 서 있었다. 그것은 영원을 가로질러 인간의 역사 속으로 들어오는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이었던 것이다. 저토록 순결하고 아름다운 존재가 인간의 역사 속으로, 그리고 내 삶 속으로 들어 왔던 것이다. 내 죄의 값으로 자신을 온전히 내어주기 위해서.

그리고는 건물 계단을 무대로 예수의 사역과 골고다의 고난이 펼쳐졌다. 십자가 위에서의 운명. 예수께서 운명하시자 승리의 노래가 울려 퍼지고 하늘에서 은빛 십자가가 내려오기 시작했는데 그 십자가 위에 천사들이 매달려 춤을 추고 있었다. 엄청난 폭죽소리와 함께 밤하늘에 불꽃이 명멸하고, 흰 눈꽃 종이와 풍선이 아낌없이, 아낌없이 쏟아져 내렸다. 십자가 위에서의 죽음으로 인류의 죄의 문제를 단 한방에 해결한 놀라운 승리를 축하하는 장면이었다.

관중들은 풍선을 흔들며 환호성을 지르고 춤을 추었고, 지상에서 예수의 승리를 축하하는 열광적인 잔치가 벌어지는 동안 부활한 예수님은 불꽃의 모습으로 천천히 하늘로 올라가고 있었다. 그건 연극이라기보단 너무나 아름다운 예배였고 잔치였다.

또 하나 기억에 남는 것은 ‘예수와 함께 한 저녁 식사’라는 제목의 연극. 대기업 엘리트 사원 남궁선은 어느 날 저녁식사 초대장을 받는다. 발신인은 예수. 장난기 가득한 친구들이 벌이는 이벤트일 것이라 생각하며 기대 충만하여 약속장소에 나갔는데, 자칭 예수란 사람을 만나 예기치 못했던 장시간의 대화를 나누게 된다. 예수와 저녁 식사를 나눈다는 기이한 설정은 기독교인이 아닐지라도 호기심을 가지고 연극의 대화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기독교변증론 과목을 가르치는 동료 교수는 한 학기 동안 가르치는 모든 내용을 이 연극이 다 담고 있어서 학생들과 함께 정말 재미있고 흥미롭게 연극을 보았노라 했다. 이들 연극을 보면서 느꼈던 감흥을 되살려 보자니, 기독교는 왜 이 분야에 대해서 영토를 빼앗긴 왕처럼 망연자실 바라만 보고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기독교 언론은 왜 또 이런 멋진 작품들에 대해서 눈길조차 주지 않는 것일까.

김정란(서울신학대 교수·영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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