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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고승욱] 검찰, 다시 칼자루를 잡다

[데스크시각-고승욱] 검찰, 다시 칼자루를 잡다 기사의 사진

어김없이 시작됐다. 대통령을 새로 뽑는 해다. 이번에는 총선도 겹쳤다. 여야 모두 정신이 없다. 대권후보의 작은 일정이 큰 뉴스다. 그 속에서 물갈이론이 위세를 떨친다. 새판을 짜야 살아남는 여의도는 무척 바쁘다. 그런데 더 바쁜 곳이 있다. 서초동이다. 잘 보이지도 않는데 날렵한 움직임이 느껴진다. 정권 5년차. 때가 왔음을 본능적으로 느낀다.

5년차 징크스는 김영삼 정부에서 시작됐다. 1997년 5월 대검 중수부는 현직 대통령의 아들을 구속했다. 2002년에는 김대중 대통령의 두 아들이 구속됐다. 노무현 정권에서도 이 징크스는 유효했다. 2007년에는 온갖 게이트가 신문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정권이 바뀐 뒤 노 전 대통령이 직접 조사를 받고, 비극으로 종결됐다.

올 들어 검찰발 기사가 연일 신문을 장식한다. 선거를 앞두고 정권의 향방을 달리할 수 있는 굵직한 사건들이다. 검찰은 내곡동 사저 문제로 이명박 대통령의 아들 이시형씨의 소환을 검토하고 있다. 과거와는 성격이 다르지만 ‘현직 대통령 아들의 조사’라는 이름이 붙은 핵폭탄급 사안이다. 언제, 어떤 방법으로 사실관계를 확인하느냐에 따라 여의도가 크게 요동칠 수 있다. 조사를 안 해도 선거에서 할 말이 많다.

검찰이 휘두르는 칼은 그것뿐이 아니다. 대통령의 ‘형님’도 소환 대상에 올랐다. 15년 동안 이상득 의원을 모셨던 보좌관은 이미 구속됐다. 신재민 전 차관,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 은진수 전 감사원 감사위원, 장수만 전 방위사업청장도 재판에 넘겨졌다. 측근은 초토화됐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의 ‘양아들’로 불리던 정용욱 전 보좌역은 우리나라와 범죄인인도조약이 없는 말레이시아로 피신했다.

검찰 수사는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끝나지 않는다. 국회의장을 비롯한 여권 전체가 수사의 회오리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디도스에 이어 돈 봉투까지 살얼음판이다. 돈봉투에서는 야당도 자유롭지 않다. 끝난 줄 알았던 대북송금 의혹사건까지 검찰 손에 쥐어져 있다.

지난해까지 검찰은 정치권의 공세를 막아내는 데 급급했다.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는 검찰개혁을 강도 높게 추진했다. 대검 중수부 폐지를 앞세운 국회는 검·경 수사권 조정까지 거침이 없었다. 검찰의 칼은 기업으로 향했지만 오히려 “기업활동을 방해한다”는 반발을 샀다. 법원은 공판중심주의와 증거주의를 앞세우며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했다. 검찰총장에게는 조직을 보호하라는 요구가 거셌다.

검찰이 다시 칼자루를 잡은 것이다. 새로 구성된 수사라인은 과거 어느 때보다 막강하다. 대검 중수부에는 특수수사로 후배들의 존경을 받던 명장들이 집결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도 기세가 대단하다. 새해 들어 거침없는 수사가 이뤄지는 바탕이다.

하지만 거악을 척결한다는 검찰에게 보내는 박수 소리는 크지 않다. 전직 대통령과 재벌 총수들을 줄줄이 구속시키고, 현직 대통령의 아들들을 거침없이 잡아올 때의 지지와 사뭇 다르다. 5년차 징크스를 직역 이기주의에 이용할지도 모른다는 곱지 않은 시선이 분명히 있다. 야당은 정권비리를 파헤치는 데 좀처럼 돕지 않는다.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는 임종석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임명했다. 검찰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속마음이 읽힌다.

내년이면 새 정권이 들어선다. 검찰조직은 다시 흔들릴 수 있다. 칼자루를 잡았을 때 잘해야 한다. 정권의 향방을 의식하지 않는, 원칙에 충실한 정밀한 수사만이 해결책이다. 기소권을 독점하고, 가장 강한 수사력을 가진 검찰이다. 법치주의를 지킨다는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고승욱 사회부장 swk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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