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열며-임항] 포퓰리즘과 녹색당 기사의 사진

최근 택시를 타고 회사로 가자고 했더니 기사가 손님이 기자인줄 알고 장광설을 쏟아냈다. “내가 미쳤지, 다시는 기업인 출신 대통령을 안 뽑겠다. 고환율정책과 저금리로 기업들 배만 불리고, 국민들 거지로 만들어 놨다.”

MB정부뿐 아니라 신자유주의를 신봉한 영·미계 정부는 성장주의의 기치를 내걸었다. ‘기업친화 정책을 통해 경제규모를 키워 그 부가 아래 계층으로 흘러내려 가도록 한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우리만 잘 먹고 잘 살겠다’는 것에 불과했음을 대다수 국민들이 깨닫는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정부·여당이 요즘 입만 열면 분배와 복지를 들먹이겠는가. 그들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복지는 시혜에 불과하고, 세입 확충 없는 복지 확대는 망국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해 왔다.

포퓰리즘의 목표도 ‘우리 모두가 잘 먹고 잘 살자’는 것이다. 그러나 짧은 흥청망청 끝에 다음 정부에 허리띠 졸라매기를 강요하거나 ‘우리 세대만 잘 먹고 잘 살자는 것’으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양대 선거를 앞둔 지금 여야를 불문하고 양극화의 주범으로 몰리고 있는 대기업 때리기와 복지 확대의 공약이 경쟁적으로 증폭되고 있다.

최근에 각 분야별로 제시되는 정책과 공약을 보면 이념의 추는 급하게 좌로 기울고 있다. 저소득층 사회보험료의 정부 지원, 비정규직 임금수준의 대폭 인상, 대기업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진출 금지, 3∼4세 보육비 지원, 급기야 실제 노동시간의 획기적 단축을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까지. 이들 정책은 무리한 것도 있겠지만, 대개 정책 상호간의 조화 및 정교한 보완책과 함께 추진할 만한 가치가 충분한 것들이다.

그러나 환경 분야에서는 달라진 정책이나 공약 자체가 보이지 않는다. 정부는 자연을 보전하거나 복원하는 데 뭉칫돈을 들이는 것을 여전히 낭비라고 보고 있다. 무분별한 도로 건설과 확장, 대규모 개발이 훼손하는 산림과 생태계를 보호할 규제나 견제장치는 미약하다. 사실상 마무리된 4대강 사업의 공과에 대한 토의도, 명백하게 실패한 녹색성장에 대한 반성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자연은 물론 투표권도, 말도 없다.

다음 선거 때까지 성과나 생색이 나는 과제에만 힘을 쏟는 정치인들을 견제하기 위해서도 환경 이슈가 부각돼야 한다. 지금 환경 분야의 답보는 사회 전체의 장기적 비전, 즉 경제성장 자체나 성장방법의 정당성에 대한 성찰의 부족 때문이 아닐까. 성장주의도, 포퓰리즘도 벗어나서 자연과의 공존과 미래 세대를 위한 지속가능성에 바탕을 두고 경제와 사회를 재편하는 일 말이다.

이런 와중에 환경운동 진영 일각에서는 녹색당 창당을 준비하고 있다. 경제성장이 계속 이뤄져야 한다는 이데올로기가 강고한 우리 사회에서 녹색당은 시기상조가 아니냐는 반론이 좌파나 환경단체 안에서도 거세다. 그러나 녹색당 주도세력들은 당장 집권이 목표가 아니라 다른 정당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창당 준비위원 하승수 변호사는 녹색평론 최근호에서 “(독일 녹색당이 그랬듯이) 녹색당은 권력을 직접 쥐지 않더라도 세상을 바꿔 왔고,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녹색당은 ‘반(反)정당의 정당’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녹색당 결성이 구체화된 데는 지난해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여파가 크다. 총선과 대선을 함께 치르는 올해야말로 반핵의제를 대중화할 절호의 기회라는 것이다. 녹색당 준비위는 2월 말까지 정당법상 창당에 필요한 당원 5000명을 모아 창당하겠다고 자신한다. 녹색당이 총선에서 비례대표 의원을 확보할 경우 그 파장은 크든 작든 비단 원자력발전에만 미치지는 않을 것이다.

임항 환경전문기자 hngl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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