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순만 칼럼] 남북관계 컨트롤 할 대통령의 역량 기사의 사진

“한반도 관리능력은 우리 사회 좌우익의 충돌을 조정할 능력에서 나올 것이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한반도의 기회를 진단하는 흐름이 왕성하다. 그러나 남과 북 사이에 달라진 것은 거의 없다. 특히 북한은 달라진 것이 없다. 앞으로도 북한은 달라지기 어려울 것이다. 개인이든 국가든 변화는 대단한 저력이 있을 때 가능하다. 북한은 달라질 동력이 크게 부족한 사회다. 구성원 절대 다수가 20년 이상을 굶주리고 있는 사회에서 변화를 실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한국의 차기 대통령에게는 한반도의 변화를 이끌어갈 대임(大任)을 감당할 역량이 요구될 것이다. 북한이 바뀔 수 있도록 동력을 제공하고, 한반도의 미래를 이끌어 갈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다. 최근 한나라당은 정강정책에서 “자유민주체제에 대한 확신을 바탕으로 소극적·방어적인 대북정책에서 벗어나 호혜적 상호공존 원칙에 입각한 유연하고 적극적인 통일정책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투명한 교류협력의 원칙과 한반도 비핵화, 북한 주민 인권개선 의지도 명문화했다. 민주통합당은 아직 대북정책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어떤 정책보다도 중요한 것은 그 정책을 실천할 역량이 있는지 여부다. 지금까지의 사정으로 볼 때 그 역량은 어떻게 북한을 이끌어 갈 수 있는지에 달려있고, 그것은 어떻게 남한 사회의 합의를 얻어낼 것인지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선 후보 시절에 오늘과 같이 찬바람 부는 남북관계가 펼쳐질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는 2007년 10월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해 “과거 남북 정상이 만나 화해를 하고 신뢰를 주고 받는 노력은 소득이 있었다고 보고 긍정적인 평가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이북도민회중앙연합회 관계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도 “누가 평화세대이고, 누가 경제세대이고, 누가 전쟁세대라는 구분은 다 정치공작이다. 남북 문제만큼은 모두 평화세력이고, 통일세대이고, 함께 잘 살아가야 한다는 인도주의적인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의 시점에서 보면 이 같은 발언은 레토릭에 불과해 보인다. 현재 남북간 역대 최고의 냉전 상태가 이어지고 있는 1차적인 이유는 북한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공격에 있지만, 그 이전에 이미 남북 관계가 식어버린 데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김대중 노무현 정권의 유화적 대북관계에 대한 우리 내부의 반발을 생산적으로 수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런 점에서 대북문제는 북한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하는 문제 이전에 우리 사회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의 문제라고 봐야 할 것이다. 대선 후보시절 남북 문제에 있어서 좌우 균형적인 시각을 보여줬던 이명박 대통령이 대북 관계에서 실패한 것은 바로 우리 내부에서 들끓는 좌우충돌을 효과적으로 컨트롤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으로 여겨지는 우리 사회의 문제점은 극우 진영의 심한 대북증오감과 극좌 진영의 무분별한 친북·종북주의다. 어느 쪽으로든 현저하게 기울면 남북관계의 미래는 밝아지기 어렵다. 현재와 같은 북한 체제는 오래 갈 수 없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그 답은 동구권의 몰락 당시 제시됐고 아랍의 민주화 운동으로 더욱 뚜렷하게 밝혀진 상태다. 차기 대통령은 주어진 이 답을 어떤 과정으로 풀어갈지 역사적 시험 무대에 오르게 될 것이다.

이런 역사적인 시기에 좌우를 껴안지 못하는 지도자는 사회 구성원들을 더욱 심한 좌우대립의 갈등 속으로 빠뜨리게 될 것이다. 정권교체를 이미 몇 차례 해본 결과 보수와 진보 진영의 장단점은 거의 드러난 상태다. 우리가 참으로 아끼고 싶은 사람이 보수진영에도 얼마든지 있고 진보진영에도 얼마든지 있다. 어느 한쪽만이 전부 선이고 어느 한쪽은 전부 악일 수가 없는 세상이다. 이런 틀 위에서 차기 대통령은 무엇보다 남북관계 대통령이 돼야 할 것이다.

임순만 수석논설위원 s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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