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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신종수] 휴대전화는 손보다 주머니에

[데스크시각-신종수] 휴대전화는 손보다 주머니에 기사의 사진

며칠 전 회사 회식 자리에서 한 동료가 맞은편에 앉은 동료에게 장난스럽게 휴대폰으로 잔 좀 건네달라고 문자를 보내는 걸 봤다. 말하기가 귀찮아 문자를 보냈다는 것이다.

얼마 전에는 역시 장난스럽게 딸이 자기 방에서 아내에게 뭣 좀 갖다달라고 하고, 아내는 와서 가져가라는 교신을 문자로 주고 받는 것을 봤다. 나는 “통신비가 좀 들겠지만 우리 가족, 참 소통 잘 한다”고 격려해줬다. 많은 사람에게 휴대폰은 분신과도 같은 존재가 됐다. 잠시라도 떨어져 있으면 불안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 전자기기라 물에 약한데도 목욕탕 안에까지 들고 들어가는 사람을 본 적도 있다.

“나는 말할 수 없이 차분하고 평화롭다. 세상을 돌아보게 됐다.”

지난 31일 미 경제주간지 포브스는 90일 동안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끊고 아날로그 생활을 하는 실험을 마친 미국의 한 대학원생 얘기를 보도했다. 매일 평균 1시간30분씩 페이스북을 하고, 문자메시지를 한달에 1500건 주고받던 학생이었다.

친구들과 함께 만나도 각자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는 모습에 그는 회의를 느껴 SNS와의 단절을 시도해 봤다고 한다. 친구들과 직접 대화를 하고 필요할 경우 손으로 쓴 편지나 메모를 주고 받았다. 이 결과 그는 “자유시간이 많아졌고, 글쓰기 실력이 늘었다”고 말했다.

여자친구 등 주변 사람에게 집중하자 로맨틱한 시간도 많아졌다고 했다. 친하다고 생각했던 친구가 실제로는 그리 가깝지 않다는 것을 깨달은 반면, 함께 시간을 보내려고 하는 이가 진짜 친구였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인간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도 했다.

이미 우리 생활의 한 중심에 자리잡은 SNS를 멀리하는 것은 쉽지 않다. SNS는 일상 뿐만 아니라 정치와 각종 선거에서도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가장 강력하고 유용한 소통수단이 된 듯 하다.

전철이나 버스를 타면 휴대폰으로 뭔가 열심히 하는 사람들을 본다. 특히 젊은층일수록 잠깐이라도 가만히 있는 것은 못 참겠다는 듯 게임을 하거나, 인터넷을 뒤지거나, TV를 보거나, 문자를 주고 받는다. 다양한 정보를 접하고 소통을 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만큼 독서와 사색, 대화의 시간을 빼앗기고 있다.

한번은 집에서 쉬는 날 아이들에게 시간을 정해놓고 컴퓨터도 켜지 못하게 하고 TV도 못보게 했더니 애들이 이방 저방을 왔다 갔다 하면서 무척 심심해했다. 한참동안 몸을 비비꼬던 애들이 몇 시간이 지나자 결국은 책을 집어드는 것을 봤다. 심심함과 무료함이 주는 유익을 발견한 것은 큰 소득이었다.

SNS를 가장 잘할 것 같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IT 전문가인 그가 SNS를 멀리하는 것은 의외다. 아마도 그는 허구한 날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을 싫어할 가능성이 높다. 정치인들이야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 SNS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지만 SNS를 비서들에게 맡기고 자신은 전혀 하지 않는 정치인도 적지 않다.

SNS는 단편적이고 즉각적인 의사전달에 그칠 뿐 깊은 대화나 성찰을 가로 막는 측면이 있다. 요즘 학교폭력이 심각해진 것도 학생들이 친구들과의 인격적인 교제보다는 컴퓨터 게임이나 SNS를 통한 실용적인 관계 형성만 하는 것이 원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사실 고독하고 무료한 듯한 시간들은 우리에게 사색의 공간이기도 하다. 전철 안에서 좀 심심하면 어떤가. 출근하면서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낼 것인지 생각하고, 하루 일과를 마치고 퇴근하는 길에 상념에 잠기는 시간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신종수 산업부장 js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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