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이기선] 4·11총선, 정치개혁 계기 되길 기사의 사진

“정치권의 쇄신 약속 실행에 옮기도록 유권자들이 적극적으로 행동해야”

제19대 총선이 불과 2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각 정당은 공천심사기구를 구성하는 등 선거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당선 가능성이 높은 후보를 공천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일 것이다.

돌이켜 보면 정당은 선거 때마다 ‘최선’의 공천을 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국민의 시각에서 보면 ‘최선’이 아니었다. 단지 정파적 입장에서 ‘최선’이었을 뿐이다. 작금의 정치 불신을 초래한 원인 중 하나다.

지난해 기성 정치권을 향한 국민의 분노는 각 정당에 더 이상 과거식의 정치로는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는 경각심을 갖게 했다. 그 결과 요즈음 정치권은 경쟁적으로 정치개혁을 외치고 있다. 이번 선거는 우리나라 정치를 혁신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정치를 혁신하려면 제도 개선과 인적 쇄신 모두 필요하지만 제도를 운용하는 것은 사람이기 때문에 인적 쇄신이 더욱 중요하다. 정당은 공천을 통해, 유권자는 투표를 통해 국민의 대표기관으로서 진정한 자질과 능력을 지닌 훌륭한 정치인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 각 정당은 이번에 공천 혁명을 할 것임을 천명하고 있다. 말로만 그칠 것이 아니라 국민의 시각에 입각한 객관적인 기준과 민주적 절차에 따라 개혁적으로 공천하길 기대한다.

정치권의 인적 쇄신은 궁극적으로 유권자의 몫이다. 정치권을 비난하기에 앞서 유권자들의 책임 있는 행동이 필요하다. 중앙선관위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17대 총선에서는 39.0%, 18대 총선에서는 36.6%의 유권자들이 후보를 결정할 때 ‘소속 정당’을 고려한다고 응답했다.

현대정치가 정당정치라는 점에서 정당은 유권자가 후보를 선택하는 주요한 기준 중 하나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구태(舊態)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우리나라 정치현실에서 맹목적으로 정당만을 보고 투표하는 것은 정치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정치개혁을 소홀히 하고, 구태를 합리화시켜 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더구나 이미 경험했듯 정치권의 약속은 믿을 만한 것이 못된다. 과거에도 선거 때가 되면 정당은 정치개혁을 내세웠지만 선거가 끝난 후에는 유야무야되곤 했다. 정당이 개혁 약속을 실행에 옮기도록 하려면 그렇게 할 의지와 능력이 있는 올곧은 후보들이 많이 당선되어 정치를 주도해야 한다.

유권자들은 후보들의 지나온 삶을 바탕으로 그들의 능력은 물론 공직자로서 인품과 자질을 갖추었는지 등을 꼼꼼히 비교해 봐야 할 것이다. 공직은 군림하는 자리가 아니라 봉사하는 자리다. 공직을 권력 향유의 수단으로 삼고자 하거나 사익을 앞세우는 정치꾼들은 꼭 걸러내야 한다.

또 후보들이 제시하는 공약이 실현 가능성은 있는지, 국가와 지역발전에 필요한 정책인지 등을 따져보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전직 또는 현직 정치인이라면 그가 과거 선거에서 내세웠던 공약을 어느 정도나 지켰는지 살펴봐야 할 것이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선 4기 기초자치단체장들의 공약 완료율은 49.56%였고, 18대 국회의원들의 공약 완료율은 35.16%에 불과했다. 선거에서는 다소 과장이 있게 마련이라는 점을 십분 감안하더라도 정치인들이 ‘유권자를 속여 먹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정당이 기존의 약속도 제대로 지키지 못한 사람을 또 다시 공천한다면 이는 유권자를 얕잡아 보고, 스스로 정책선거를 도외시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런 후보는 앞으로도 유권자와의 약속을 가볍게 여기고 지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번 선거는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불신 등으로 과거보다도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경쟁이 치열해지면 금품. 향응 제공이나 SNS 등을 통한 비방. 흑색선전 등 불법선거의 개연성 또한 커진다. 이럴 때일수록 유권자들은 나만 깨끗하면 된다는 소극적인 대응이 아니라 부정을 고발하고, 냉정하게 판단하여 심판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4.11 총선이 정치개혁의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여부는 궁극적으로 유권자에게 달려있다.

이기선 중앙선관위 전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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