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종 칼럼] 포퓰리즘과 대중교통요금 기사의 사진

기자는 요즘 조금은 색다른 구경을 하고 있는 느낌이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박재완 기획재정부장관이 서울시내버스와 지하철 등 대중교통 요금 인상을 놓고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그것이다. 박 시장이 대중교통 요금을 150원씩 올리겠다고 발표하자 박 장관이 연초부터 서울시가 물가불안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두 사람의 뒤바뀐 역할

단순한 기자의 머리로는 두 사람이 역할 바꾸기를 하고 있는 게 아닌지 헷갈릴 정도다. 지금까지 박 시장은 무상급식에 서울시립대 반값 등록금 등 퍼주기, 바꿔 말하면 포퓰리즘의 상징적 인사 중 하나로 꼽혀왔다. 그런 사람이 서민 중에도 서민이랄 수 있는 이들의 발인 대중교통 요금을 올리는 게 그의 이미지와 잘 어울려 보이지 않는다. 역으로 정치권의 포퓰리즘을 비판하며, 중앙은 물론 지방정부의 건전 재정을 외쳐오던 박 장관이 서울시가 적자를 메우기 위해 대중교통 요금을 올리겠다는 데 반대하는 것도 어울리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오는 4월의 국회의원 총선과 12월의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의 선심 공약이 봇물을 이룬다. 미상불 이들 정치권의 공약을 다 실천하려 할 경우 유럽의 여러 나라들이 겪고 있는 것처럼, 아니 우리가 15년 전에 겪었던 것처럼 국가 부도의 위기에 처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들지 않는 것도 아니다. 정부와 보수 성향의 인사들이, 여당마저도 보편적 복지 쪽으로 야당과 좌클릭 경쟁을 하는 데 날을 세우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러나 기자가 조금이나마 걱정을 더는 것은 이번 서울시의 대중교통 요금 인상을 보면서이다. 다 퍼줄 것만 같던 박 시장도 재정 적자를 이유로 서민들의 발인 대중교통의 요금을 올렸다. 제 신세 제가 알아서 한다는 속된 소리가 빈말이 아닌 것이다. 곳간이 비었는데 무작정 선심을 쓸 수는 없다는 얘기다.

정당들이 내거는 총선이나 대선 공약들도 마찬가지다. 공약들이라는 게 실현될 수만 있다면 국민들에게 더 이상 좋을 수가 없는 청사진들이다. 정당들은 국민들에게 한 약속이니까, 또 다음 선거에서 표를 얻어 당선되고 집권하기 위해 공약 실천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러나 만일 예산 뒷받침이 되지 않는 포퓰리즘적 공약은 정권을 잡더라도 실천할 수 없는 것이며, 그리 될 경우 국민의 심판을 면치 못하게 된다. 공약을 실천한다는 명분으로 자칫 예산 배정의 우선순위를 잘못 책정할 수도 있겠으나, 그리 될 경우에도 국민의 심판을 피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결국 자기 책임 하에 공약도 하고 재정 운용도 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크게 비관하지 않는 까닭

관련하여, 서울시는 도시철도 무임승차 등으로 생기는 8000억원의 적자를 정부가 지원해주도록 요구하고 있으나 기획재정부는 그럴 수 없다는 입장이다. 중앙정부의 지방자치단체 재정 지원에 관한 법령이나 그 타당성 등을 자세히 알 수 없으나 지방자치단체들은 가능한 한 중앙정부에 손을 벌리지 말고 자립하도록 해야 한다.

기자가 포퓰리즘과 관련하여 또 하나 믿는 구석은 앞서 언급한 정부와 보수 성향 인사들의 견제와 비판이다. 그들의 견제와 비판이 설득력을 갖게 되면 국민들을 움직여 방만한 재정 운영을 막고 균형 잡힌 재정 운영이 이뤄지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절대 다수의 국민들이 나라 거덜 낼 선심 공약에 혹할 만큼 우매하지 않다는 것이 기자의 생각이다.

이처럼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재정을 비롯한 국가 경영이 대체적으로 조화를 이루리라는 게 기자의 낙관적 시각이다. 그렇다고 국가 경영이 톱니바퀴 맞춰 돌아가듯 한 치의 착오도 없으리라는 것은 아니다. 원래 민주주의라는 게 인류가 아직까지 더 좋은 제도를 찾아내지 못했을 뿐 비효율, 우중(愚衆)정치의 우려 등 결점이 많은 정치 체제이다. 그래서 숱하게 시행착오를 겪기도 하고 그러면서 발전한다.

보편적 복지주의자로 인식된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민들의 대중교통 요금을 인상한 것도 막상 시정 운영이라는 현실에 부딪치니까 어쩔 수 없이 다른 모습을 보이면서 그 현실과 조화를 찾아가는 한 예가 아닐까.

백화종 부사장 wjbae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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