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서강수] 부다페스트 한국문화원 기사의 사진

우리나라의 전통음악과 똑같이 5음계를 사용하는 나라, 육개장과 비슷한 ‘구야쉬’를 즐기는 나라, 우랄알타이어 계통의 언어로 우리와 비슷한 어순을 가진 나라…. 고급한 문화의 땅 헝가리의 수도 부다페스트에 10일(현지시간) 한국문화원이 문을 연다. 동유럽 대륙 깊숙한 곳에 한국문화의 거점을 마련한 것이다. 세계적으로는 22번째이고, 유럽에서는 프랑스, 영국, 독일, 러시아, 폴란드, 스페인, 터키에 이어 8번째다.

헝가리는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전통적 문화 인프라, 일반 국민들의 높은 문화적 소양과 고급문화 소비 수요, 다양한 분야에서 배출한 천재 예술가들에 대한 자부심으로 동유럽 문화 중심지로서 위상을 유지해왔다. 우리나라와는 1989년 동구권 국가 중 처음으로 외교관계를 맺고 교류를 확대해 왔다. 그러나 거슬러 올라가면 두 나라간 문화적 접촉의 역사는 38년 애국가를 작곡한 안익태 선생의 리스트음악원 유학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2008년 유럽국가 중 최초로 드라마 ‘대장금’을 지상파TV를 통해 방영했고, 한국영화와 K팝 동호회가 다수 활동하고 있으며, 헝가리 최고의 인문대학인 ELTE 대학교에는 한국어과가 설치돼있는 등 헝가리는 한국문화의 수용성이 매우 높다. 최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유럽본부가 영국 프랑스 헝가리 등 주요 유럽국가 젊은 세대를 대상으로 실시한 우리나라 브랜드 인지도 조사에서도 헝가리에서 인지도가 가장 높았다고 한다.

부다페스트의 중심지에서 문을 여는 한국문화원은 우리 문화 수요에 발전적으로 대응하고, 유럽 중심부에 위치한 헝가리의 지리적 이점 등을 활용하는 또 하나의 전진기지로 자리 잡게 될 것임이 분명하다. 아울러 피아노의 거장 리스트, 20세기 폭스영화사 설립자인 폭스 등 세계적인 문화인들, 케리테스, 센트-젤지 등 다양한 분야의 노벨상 수상자들, 국립오페라하우스, 발레전용극장과 같은 세계적 수준의 공연장 등 탄탄한 문화적 자원을 가진 헝가리와의 교류는 우리나라의 문화수준을 한 단계 끌어 올리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문화원은 세계의 문화와 소통하는 만남의 장이다. 대한민국 문화의 힘을 결집해 보여주는 전략거점이자 허브 역할을 하는 곳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1979년 도쿄와 뉴욕에 문화원을 개원한 이래 우리의 문화기지를 전 세계에 확장해왔다. 현재 미국과 일본을 비롯해 20개국 24개 주요 도시에서 한국어 및 한국문화를 가르치는 강좌를 개설하고, 공연과 전시 등 문화이벤트를 여는 등 우리 문화를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

최근에는 새로운 수요 창출을 위해 기존 선진국 중심에서 벗어나 한국문화 불모지나 한국문화에 대한 욕구가 크고 수용태세가 갖추어진 개발도상국인 남미, 중동,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문화원을 설립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금년 상반기에는 멕시코와 인도에 한국문화원을 추가로 개원할 계획이며, 하반기에는 벨기에, 브라질, 태국 등지에 문화원을 신설하게 된다.

정치력, 군사력이 아닌 문화 등 소프트파워의 영향력이 중요한 시대를 맞아 세계 각국은 자국의 문화, 매력적인 콘텐츠를 통해 다른 나라 국민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이런 추세를 감안할 때 한국문화원이 하나씩 늘어난다는 것은 세계 속에서 문화를 통해 국가브랜드를 제고함으로써 우리나라의 가치를 높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하겠다.

서강수(해외문화홍보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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