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기 칼럼] “도둑 잡아라!” 기사의 사진

“법 질서를 흔들고 소득과 무관하게 무상 지원한다는 발상은 무책임한 선동이며…”

경기 한파의 칼바람이 매섭다. 점포나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매출이 격감하고 일용직에 내몰린 사람들도 일자리가 줄어 아우성이다. 6·25전쟁 이후 태어난 베이비부머들이 퇴직과 함께 쏟아져 나와 점포나 식당을 개업하고 있지만 몇 달을 견디지 못하고 문을 닫기 일쑤다. 이미 공급 과잉으로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는 탓이다.

아직 자녀 취업과 결혼 등 뒷바라지할 일은 더 남아 있고 돈 쓸 데도 많아 무어라도 해야 할 처지다. 그래서 장사에 손을 댔다가 실패를 맛보고 그나마 남은 퇴직금과 자산을 날려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게 된다.

정부도 이런 사정을 모르는 바 아니어서 창업지원과 전직훈련을 실시하고 사회안전망 확대에도 나서고 있지만 효과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개인마다 기술과 경험, 자금동원력에서 차이가 있고 무엇보다 시장 여건과 경기가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경제성장과 수출 소비 등 각종 경제지표가 경고음을 내지만 정부로서 마땅히 내놓을 카드가 없다. 가뜩이나 생필품값이 마구 뛰는데 금리를 더 내리기도 어렵고 돈을 풀어 경기를 띄우기는 더욱 위험하다.

주택경기는 매기가 거의 끊겨 빈사지경에 빠진 지 오래다. 장사는 안 되고 부동산 거래도 얼어붙었으니 시중에 돈이 제대로 돌지 않는다. 그러니 전세와 월세는 뛰고 쓸 돈이 없어 내수는 위축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이런 형편에 총선과 대선을 앞둔 정치권은 표를 얻기 위한 생색내기 공약 양산에 매달려 국민 부담을 키우고 있다. 저축은행 도산으로 악화된 지역민심을 잡겠다는 근시안으로 국회 정무위원회는 ‘부실저축은행 피해자 지원 특별조치법안’을 만들어 예금보호 한도 5000만원 이상의 거래와 후순위채까지 소급 보상해주겠다고 크게 인심을 썼다. 이는 사실상 국민부담으로 특정 저축은행 거래자들의 손실을 보전해주는 편법일 뿐 아니라 금융거래의 안정성까지 해치는 반(反)시장 행위이다. 특별법을 만들어 개인 손실을 법정한도 이상 보전해주면 도덕적 해이가 판을 쳐 금융시장 질서가 흔들리게 마련이다.

선심성 공약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 야당에서 5세 이하 아동의 보육료를 전액 지원하자고 제시하면 여당은 별도로 아동 양육수당 지급을 주장한다. 점심무상급식도 모자라 아침까지 초·중·고생에게 무상으로 제공하자는 발상이 새누리당에서 나왔다.

사병들의 봉급이 너무 박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의원들은 앞다퉈 농산물시장 경매하듯 봉급액수를 높여 부른다. 취업준비생에게는 준비수당을 지급하고 중소기업취업예정자에게 등록금을 지원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민주당은 건강보험 보장률을 높여 사실상 무상의료를 제공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여야의 복지 공약이 난무하다 보니 도대체 누가 무얼 해주겠다는 건지 헷갈릴 지경이다. 이런 추세로 복지 지출을 확대하면 내년 복지예산 규모가 10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문제는 돈이다. 가정형편과는 무관하게 똑같이 학교에서 아침, 점심을 먹이고 학비지원하고 의료서비스까지 무상으로 제공하려면 엄청난 재원이 필요할 텐데 이는 결국 세금을 더 걷어 충당하는 수밖에 없다. 부자증세로 가능하다는 야당 주장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다.

국가 차원에서 빈곤층을 지원해 최소한 인간적인 삶이 가능하도록 배려해야 한다는 데에는 이론이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소득수준에 관계없이 모두를 지원하고 똑같은 밥상을 차려주겠다는 발상은 경제를 망치더라도 우선 표를 얻고 보자는 무책임한 선동이며 세금 도둑질과 다를 바 없다. 돈이 돌아야 시장이 원활하게 돌아가고 내수도 살아나는 게 당연한 이치다. 그런데 이 돈을 세금으로 걷어 들이면 시장은 그 이상으로 위축되게 마련이다. 유권자가 엄정한 심판을 통해 절제할 줄 모르는 세금 도둑들을 잡아내야 나라살림이 튼튼해진다. 그래야 경기가 살아나고 민생도 안정된다.

김성기 편집인 kimsong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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