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종 칼럼] 국민일보를 더 많이 사랑해주십시오 기사의 사진

천·지·현·황(天·地·玄·黃)으로 시작하여 언·재·호·야(焉·哉·乎·也)로 끝나는 천자문은 백수문(白首文)이라는 다른 이름으로도 불린다죠. 중국 남조(南朝) 시대 양(梁)의 주흥사(周興嗣)라는 이가 한문을 처음 배우는 사람들을 위해 이 천자문을 하룻밤 사이에 짓고 나니 머리가 하얗게 됐대서 그런 별명이 생겼다고 합니다. 네 글자씩 250구로 이뤄진 천자문 안에 우주의 섭리와 철학은 물론 인륜 도덕을 다 담으려다 보니 백수가 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죽을힘을 다했다는 얘기 아니겠습니까. 저는 또 조용기 목사님으로부터 “나는 이것이 나의 마지막 설교가 될지도 모른다는 마음가짐으로 모든 설교를 준비한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감사의 큰절 올립니다

비록 잡문이지만 글을 쓰는 저로서는 가슴 깊이 새겨야 할 교훈들이었습니다. 한 줄을 써도 머리가 하얘지도록 혼신의 힘을 다해야 했고, 칼럼 하나를 써도 이 글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각오로 썼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러하지 못했습니다. 써놓고 나면 보이는 것은 흠집투성이이고, 남는 것은 아쉬움이었습니다. 때로는 차라리 안 썼더라면 좋았을 것이라고 자괴감마저 드는 글들도 많았습니다. 타고난 재주 없으면 열과 성이라도 다해야 했을 터인데 게으른 천성으로 부끄럽기 짝이 없는 글들을 양산해 냈습니다. 독자 여러분께 엎드려 용서를 빕니다.

그래도 행복했습니다. 저에게는 취재하고 기사 쓰고 칼럼 쓰는 시간만큼은 거기에 빠져 모든 잡념과 근심 걱정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었으니까요. 1988년 국민일보가 창간되면서부터 23년이라는 짧지 않은 세월 동안 흔한 말로 원도 한도 없이 글을 썼습니다. 비록 부족한 글이었지만요. 신문쟁이로서 이보다 더 큰 축복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러한 특권을 부여한 국민일보에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또 독자들로부터 정말 분에 넘치는 사랑도 받았습니다. 어쩌다 조우하셔서, 또는 이런저런 기회에 ‘백화종 칼럼’의 고정 독자라며 격려해주신 분들의 사랑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동안 조악한 글을 싫다 않고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께 사은의 말씀드립니다.

이제 독자 여러분께 작별의 큰절을 올려야 할 때가 됐습니다. 1973년에 첫발을 디딘 뒤 39년을 천직으로 알고 지켜왔던 신문쟁이 생활을 마감하려 합니다. 39년이면 결코 짧다 할 수 없는 세월이건만 그래도 저에게는 신문쟁이 생활을 접는다는 게 정말 아쉽고 여전히 미련이 남습니다. 부족한 글이나마 단 한 명이라도 내 글을 읽어주는 이가 있는 한 글을 쓰고 싶은 게 신문쟁이의 본성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회자정리(會者定離)라 했습니다. 만나면 헤어지는 게 사람 사는 세상의 이치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장강의 뒷물이 앞물을 밀어내듯 새 시대 사람으로 옛 사람을 바꾸는 것(長江後浪推前浪 一代新人換舊人)이 순리 아니겠습니까. 모든 조직이라는 게 신진대사, 요즘 유행하는 말로 물갈이가 이뤄져야 연부역강해지는 것 아니겠습니까.

행복했습니다. 사랑합니다

신문쟁이 39년에 어찌 좋은 일만 있었겠습니까. 때론 아픔도 없지 않았고, 또 때론 힘듦도 없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아픔도, 힘듦도 지나놓고 보면 채색이 돼 좋은 추억으로 남습니다. 이제 그 좋았던, 자랑스러웠던 기억들만 가슴에 고이 담아가렵니다. 살면서 뒤돌아보면 어느 땐 미소가 지어지기도 하고, 어느 땐 가슴이 시려지기도 할 겁니다. 모두 다 제 삶의 소중한 조각들로 간직할 겁니다.

독자 여러분! 국민일보를 더욱 아껴주십시오. 세계에 하나밖에 없는 하나님의 종합 일간지입니다. 저는 감히 고백합니다. 제가 국민일보에 몸담음으로써 받은 가장 큰 축복은 불신자였던 제가 예수님을 영접한 일이었음을. 독자 여러분께서는 저보다 더 먼저, 더 많은 그 축복을 받으셨으리라 믿기에 제가 받은 축복들을 늘어놓는 것은 사족에 불과할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국민일보를 통하여 그 축복에 축복을 더 하여 주시길 빌며, 더불어 독자 여러분이 지금까지 그러셨던 것처럼 하나님께 영광 올리는 사역이라 여기시고 국민일보가 더 성장 발전하는 데 자양분이 돼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독자 여러분!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리워질 겁니다.

백화종 부사장 wjbae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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