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춘추-김상온] 다시 통일을 생각한다 기사의 사진

북한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공산주의 3대 권력세습이 이뤄진 지 두 달이 넘었다. 한반도가 분단된 지는 햇수로 64년. 통일이 언제 ‘도둑처럼’ 올지 모른다지만 김정일 사후 요동칠 것 같던 북한의 체제가 김정은을 중심으로 서서히 안정을 찾아가고, 북한의 도발에 따른 남북 간 무력대치는 더욱 첨예화되는 현 시점에서 통일은 요원해 보인다.

그런 와중에 최근 남북통일에 관해 눈길을 끄는 몇 가지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먼저 통일연구원이 내놓은 ‘2011년 통일예측시계’. 19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2시를 통일시점으로 본 통일시계의 바늘이 뒤로 돌아갔다. 흡수형 통일시계는 2010년의 5시36분보다 39분이나 역진(逆進)한 4시57분, 합의형은 4시47분에서 5분 후퇴한 4시42분으로. 통일 자체도 더 늦어질 뿐 아니라 흡수통일 가능성은 더욱 작아진 것으로 본 것.

대체로 부정적인 국민의식

현대경제연구원이 성인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2년 남북관계 대국민 여론조사’도 부정적이기는 마찬가지. 통일시기를 11년 이상으로 본 국민이 47.9%로 가장 많았고, 아예 불가능하다는 응답도 22.5%에 달했다. 또 통일비용 부담에 관해서는 더욱 부정적이어서 ‘한 푼도 내고 싶지 않다’(31.6%)를 포함해 연간 10만원 이하가 93.7%나 됐다.

그런가 하면 한 경제지가 성인 남녀 2000명을 세대별로 조사한 결과 인구비 15.6%로 우리 사회의 신주류로 꼽히는 1966∼74년생의 경우 ‘꼭 통일해야 한다’와 ‘굳이 통일하지 않아도 된다’(43.4%)거나 ‘통일에 반대한다’(3.6%)가 50.4% 대 47%로 거의 대등했다. 이에 비해 2030세대(1975∼92년생)는 절반이 넘는 57.2%가 통일에 부정적(굳이 안 해도 된다 44.6%+반대 12.6%)이었다.

이런 조사 결과들을 요약하면 이렇다. 우리 국민은 특히 젊은 층일수록 통일의 당위성을 잃어가는 추세이며 통일시점도 아직은 멀었다고 생각하고 있고, 통일비용을 부담할 의향은 거의 없다. 통일방식도 흡수 가능성은 작아지고 있다고 보는 대신 합의형을 선호한다.

물론 통일이 국민의 여론이나 국민적 기대에 좌우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것들은 통일에 대해 다시 생각할 거리를 준다. 첫째, ‘한민족’과 북한이 스스로 내세우는 ‘김일성민족’ 간에 통일이 꼭 이뤄져야 하는지 기본 전제에서 어떻게 공감대를 이룰 것인가. 둘째, 통일을 해야 한다면 그 당위성을 어떻게 젊은 세대를 비롯한 국민에게 정확히 알릴 것인가. 셋째, 통일비용을 내기 싫다는 국민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넷째, 통일방식으로 합의에 의한 통일을 지향하는 게 옳은가 등이다.

모두 만만치 않은 문제들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본적인 통일의 당위성과 통일방식에 관한 문제는 시급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적지 않은 국민이 지금 이대로도 괜찮은데 왜 경제적 출혈을 감내하면서 실질적으로 별개의 나라가 돼버린 북한과 통일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을 갖는 것은 타당하다. 따라서 그 의문보다 더 타당한 통일의 이유를 찾아내야 한다. 그렇지 않는 한 통일은 노래 가사로만 남을 수 있다.

흡수통일도 배제해선 안 돼

아울러 통일을 해야 한다면 합의에 의한 통일만이 적절한지도 다시 생각해야 한다. 합의에 의한 평화적 통일은 그럴 듯하지만 현실성은 매우 떨어진다. 세계 현대사를 통틀어 합의에 의한 1대1 통일은 딱 한번 있었다. 예멘. 그러나 그 예멘도 권력 배분에 대한 불만으로 인해 결국 전면전에 준하는 내전을 거쳐 재통일됐다. 합의에 의한 정치적 통합만으로는 통일이 이뤄질 수 없음을 단적으로 보여준 예다. 그렇다면 거기에 모든 걸 걸어서는 안 된다. 북한을 자극한다는 이유로 금기시돼 왔지만 흡수통일을 배제해선 안 된다.

김상온 논설위원 so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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