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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김용백] 다 선거전략이려니

[데스크시각-김용백] 다 선거전략이려니 기사의 사진

나라가 온통 선거와 관련된 일들로 난리다. 대통령에서부터 정치권 인사들, 지방자치단체장들, 주민들에 이르기까지 마치 ‘선거의 그물’에 걸린 듯하다.

4월 국회의원 선거와 12월 대통령 선거를 향한 정치세력들의 이합집산으로 당이 달라졌다. 새 면모를 보이려고 당명도 바꿨다. 중앙무대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동안 지역은 가만히 있으려 해도 어디엔가 휩쓸리고 있다. 사돈의 팔촌 이름이라도 선거에 보탬이 되겠다 싶으면 엮는 상황 때문이다. 벌써부터 후유증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새 출발을 각오해 새누리당이 된 여당은 구태 정치, 잘못된 과거와의 철저한 결별을 얘기한다. 하지만 철저한 반성이 아닌 결별만으로 얼마나 달라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박희태 국회의장은 의장직 사퇴를 표명했다. 과거 한나라당 전당대회 때 뿌린 ‘돈 봉투’ 사건으로 개인사나 한국정치사에 오점을 남겼다. 양대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한나라당은 당명을 14년여 만에 바꿨다.

박 의장은 일단 자신의 책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깨끗한 정치풍토를 주문하고 기대했다. 그는 ‘창랑자취(滄浪自取)’란 고사성어를 들먹였다. 중국 전국시대 초나라 왕족인 굴원(BC 343?∼BC 283?)의 ‘어부사(漁父辭)’에서 유래됐다. 모두 하기 나름이라는 책임 소재를 밝힌 말이다. 인생의 굴곡이 많았던 굴원이 자신의 결백과 억울함을 투영시킨 배경을 담고 있다. 박 의장의 진정한 반성이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야당은 다르지만, 여당은 남부권 신공항 문제를 총선 공약화하지 않기로 했다. 부산·경남지역과 대구·경북지역 간 해묵은 갈등을 건드려 봐야 득 될 게 없다는 판단에서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그래도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꼭 필요한 인프라라고 규정했다. 반드시 추진하겠다고 공언도 했다. 대선공약의 가능성을 열어 둔 셈이다.

야당의 정권교체 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발언은 지나친 자기부정일 수 있다. 제주도 해군기지 문제도 야당이 기를 쓰고 반대만 할 일도 아니다. 두 현안은 이미 자신들이 집권했을 당시 상당 부분 진행됐던 것이다. 표를 의식해 목소리를 키웠다가 이제 표를 의식해 슬그머니 눈치를 보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 이런 점들을 집중 거론하며 따졌다. 이 회견도 시기적절한 ‘선거용’이란 냄새를 풍긴다. 죄다 반성과 사과와는 거리가 있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선거전략 차원에서 당론과 정책들을 만든다. 선거에서 이기는 게 상책이니 ‘아니면 말고’식의 내용도 제대로 여과되지 않는다. 이런저런 포퓰리즘적 복지공약들이 쏟아진다. 그런데 이를 실현하려면 5년간 최대 340조원이 필요하단다. 정책 정당을 가장한 유권자 기만이라는 비판이 나올 법하다. 정책 정당을 표방한다면 정책의 실현성으로 승부를 하지 당명은 뭐 하러 바꾸는가.

요즘 휴대전화에 4·11 총선 관련 문자메시지가 많이 도착한다. 선후배, 지인 등이 총선에 예비후보로 나섰다는 것에 이어 공천신청 했음을 알리는 것들이다. 모두 혜량(惠諒)과 지원을 당부하는 말들을 남겼다. 이런 문자메시지는 총선이 완전히 끝날 때까지 계속될 성싶다. 정리(情理)가 돈독해 눈에 밟히는 사람들이 피 튀기는 공천 과정을 통과하길 기대한다. 한 걸음 나아가자면 선거에서 살아 돌아오길 소망한다.

정권교체기 민심의 흐름이 노도(怒濤)와 같다. 그 흐름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은 자기가 목적한대로 접근하고 결과를 구하려 들 것이다. 창랑자취. 그 결과를 제 탓으로 여기는 게 마땅하다.

김용백 사회2부장 yb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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