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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전석운] 검찰 위기, 자업자득이다

[데스크시각-전석운] 검찰 위기, 자업자득이다 기사의 사진

검찰개혁론이 비등하다. 검찰을 이대로 둬서는 안 된다는 인식은 강도가 다를 뿐 여야가 같아 보인다. 야당인 민주통합당은 대검 중수부 폐지와 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 등 검찰개혁 10대 공약을 엊그제 발표했다. 그 다음날 여당인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상설특검제 도입을 재차 강조했다. 공수처와 상설특검은 대통령 친인척과 측근비리 수사를 전담하는 기관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지금 검찰에 대한 정치권의 불신이 바탕에 깔려 있는 것도 일치한다.

검찰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면 정의구현과 법치의 근간이 흔들린다. 검찰은 일부 사건 당사자들의 불만으로 인한 검찰 흔들기로 치부할지 모르지만 여론은 갈수록 냉소적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검찰 불신은 검찰 스스로 자초했다. 전 정권이나 야당 인사들에 대한 수사는 무리하다 싶을 만큼 집요하게 달려들면서도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는 누가 봐도 외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 정연씨의 뉴욕 아파트 매입자금 의혹 사건은 고발장이 접수되자 마자 검찰은 신속히 관련자 소환에 나섰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는 내곡동 사저 매입과 관련해 고발된 지 4개월이 넘도록 깜깜무소식이다. 한명숙 민주당 대표에 대해서는 검찰이 두 차례나 뇌물수수 혐의를 잡고 수사를 벌였지만 법원에서 잇따라 무죄를 받았다.

민간인 사찰 의혹 사건은 검찰 불신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검찰은 2년 전 총리실의 민간인 사찰 의혹사건을 수사하면서 청와대 지시를 시사하는 ‘BH 하명’이라는 메모를 발견하고도 청와대 개입 여부를 밝혀내지 못했다. 그런데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지운 게 청와대와 검찰이 조율한 결과라는 폭로가 최근 나왔다. 이 주장이 맞다면 검찰이 증거인멸을 배후조종한 셈이다. 검찰이 이 사건 재수사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지만 수사에 착수한들 누가 그 결과를 믿어줄까.

수사의 형평성을 잃었다는 지적과 반발은 검찰 내부에서도 나왔다. 검찰은 박희태 국회의장의 돈봉투사건 수사중 그의 측근 계좌에 흘러들어온 거액을 발견하고도 이를 덮었다. 돈봉투 사건의 수사 검사는 사의를 표명했다. PD수첩 사건 때는 당시 수사를 지휘하던 임수빈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이 스스로 옷을 벗었다.

울산지검 부장검사와 대구지검 수석검사를 각각 지낸 박성수 변호사와 백혜련 변호사는 검찰의 정치적 편향성을 비판하며 사표를 던졌다. 이번 총선에 도전하려는 이들은 당선되면 검찰개혁에 앞장서겠다고 입을 모은다.

일부 검사들의 부적절한 처신도 검찰 불신을 키우고 있다. 스폰서 검사, 벤츠 검사, 그랜저 검사 등에 이어 기소청탁 의혹사건까지 불거져 현직 검사들이 경찰에 불려가 조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기소청탁이 사실로 밝혀지면 검찰불신은 사법불신으로 번질 것이다.

검찰개혁을 더 이상 자정기능에만 맡기기는 어렵게 됐다. 검찰에 맡겨진 막강한 힘이 올바로 쓰여지지 않는다면 그 힘은 나누고 쪼개야 한다. 검찰의 독주가 정의실현을 가로막는다면 검찰을 견제하는 기관을 만들어야 한다.

프랑스 혁명 이전 구체제의 프랑스 검찰은 오로지 왕의 이익에만 충성하는 ‘왕의 대관’이었다. 우리 검찰이 혹시 스스로를 ‘왕의 대관’ 쯤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검찰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 검찰개혁은 차기 정부가 다뤄야 할 핵심 과제다.

전석운 특집기획부장 swc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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