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논단-김용호] 공천제도 바꿀 지도자 나와야 기사의 사진

총선 정국이 출렁거리고 있다. 야권연대가 이뤄지는가 하면, 낙천자 일부가 공천에 반발해 탈당하고 있다. 선거인단 모집과정에서 선관위의 조사를 받은 사람이 자살하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하고, 낙천자가 공천무효 확인소송을 제기하고, 일부는 다른 당을 기웃거리거나 무소속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정말 “공천이 뭐길래” 이렇게 총선국면이 아수라장이 돼 버렸나.

대구·경북에서 새누리당의 공천을 받거나 호남에서 민주통합당의 공천을 받으면 바로 당선을 의미하니 이토록 처절한 싸움을 벌이는 것이다. 낙천 후보 지지자들이 중앙당에 쳐들어오고, 낙천자들의 항의가 욕설에 가깝다. 이런 저질의 여의도 정치를 타파할 길이 없나?

불투명한 심사가 불복 요인

공천이 특정인의 손에서 좌지우지되고, 공정한 룰이 없고, 심사절차가 투명하지 않으니 낙천자들이 승복하지 않는 것이다. 과거 3김 시대에는 한 사람이 공천을 좌지우지했으나 지금은 10여명의 공천심사위원들이 최종 결정을 하니 옛날보다 나아졌다고 우기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과거에는 공천자인 3김이 선거결과에 대해 책임을 졌지만 지금은 외부 인사가 공심위원장을 맡는 바람에 선거 후에 책임질 사람이 없다.

당의 공직후보 선정을 당원이 아닌 외부인사에게 맡기는 나라는 없다. 미국의 일부 주에서 당원이 아닌 일반유권자가 공직 후보 선정을 위한 예비선거에 참여하는데, 이들은 거의 모두가 당원은 아니지만 정당일체감을 가지고 있다. 미국은 유럽 정당처럼 당원 대신 정당일체감을 가진 오랜 지지자들이 공직후보를 선출하는 것이다.

우리도 당원이나 정당 지지자가 공천권을 가져야 한다. 우리나라 정당들이 외부인사에게 공천을 맡기는 이유가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고 우기지만 공천 받은 사람 외에 공천심사위원회가 공정하게 공천을 하고 있다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당의 최대 계파나 최고 당직자가 공천을 좌지우지하는 가운데 외부인사는 들러리를 서고 있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 정당이 1954년 총선부터 공천제를 도입했으나 아직도 공천 룰을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있는 것을 보면 기가 막힌다. 당시 자유당은 중앙당과 시·도지부와 선거구당이 각각 40점, 30점, 30점 만점의 채점표를 만들었으나 지금은 시·도지부나 지역구의 역할은 전혀 없이 여의도 공심위가 전권을 휘두르고 있다. 중앙에 집중된 공천권은 한국 정당이 ‘머리는 있고 팔 다리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당원과 지지자에게 권한을

더욱이 여야가 한 선거구에 신청한 공천자를 다른 선거구에 소위 전략 공천하는 것을 보면 선거구 지지자의 의사는 필요 없는 모양이다. 그들은 핫바지에 불과하니 누가 열심히 당을 위해 일하겠나? 심지어 어제까지 다른 당을 기웃거리다가 오늘 6개월치 당비를 한꺼번에 납부하면 공천신청이 가능하니 그동안 당비를 열심히 낸 사람을 바보로 만들어버린다. 이런 공천제도가 당을 황폐화시키고 있다. 하루빨리 공천권을 당원이나 지지자에게 돌려줘야 우리 정당이 살아남을 수 있다.

한국 정당이 당조직을 확대하고 당비를 성실히 납부한 당원을 우대하지 않으면 발전할 수 없다. 당을 위해 열심히 일했는데도 이를 인정해 주지 않고 당권을 차지한 측이 전권을 행사하니 날이 새도록 계파를 중심으로 당권 싸움에만 몰두하는 것이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새로운 정당지도자가 나오기를 손꼽아 기다린다.

김용호 인하대 교수 정치외교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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