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제성호] 탈북자 강제북송과 북한 책임 기사의 사진

중국의 탈북자 강제북송이 국제사회에서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한마디로 강제북송은 국제인권규범에 반하는 비인도적 조치다. 1951년 난민협약 제33조 1항은 “난민을 어떠한 방법으로도… 그 생명이나 자유가 위협받을 우려가 있는 나라로 추방 또는 송환해선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강제송환 금지원칙은 입국·체류의 합법성 여부를 묻지 않고 모든 난민에게 적용된다.

또 84년 고문방지협약 제3조 1항은 “고문 받을 위험이 있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근거가 있는 다른 나라로 개인을 추방·송환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탈북자가 그런 위험에 처해 있는 사람임은 두말할 것도 없다. 중국은 두 협약의 당사국인 만큼 조약위반에 따른 국제법적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선군 대신 선민정치 주력하고

하지만 금일의 불행한 사태가 중국의 잘못된 선택에만 책임이 있는 것일까. 근본적으로 탈북자는 북한이 ‘먹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만성적인 경제난·식량난 타개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할 북한 당국이 속수무책으로 일관하기 때문에 주민들이 자구책의 일환으로 죽음을 무릅쓰고 탈북을 결행하는 것이다. 모름지기 정부는 국민에게 생활의 기본적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가능한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 이 같은 책임을 다하지 못하면 ‘무능한 정부’로 낙인찍혀 퇴출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북한체제의 특수한 성격 때문에 용케도 지금까지 버티고 있을 뿐이다.

탈북자 문제는 북한의 통치노선인 ‘선군정치’와 깊은 관련이 있다. 이는 자원을 과도한 군사비와 체제선전비에 우선적으로 투입하는 정치다. 북한은 2009년 상반기에 18발의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는 데 4억 달러가량을 사용했는데, 당시 이 돈은 쌀 100만t 이상을 사들이는 데 필요한 거액이었다. 또 어려운 경제사정에도 주체사상탑, 김일성혁명사상연구실 등 체제선전물 운영에 막대한 재원을 낭비하고 있다.

류우익 통일부 장관의 말처럼 북한 당국이 주민을 먹이는 데 우선적으로 자원을 배분했더라면, 굶어죽지 않으려는 필사의 탈출행렬이 지금까지 계속 이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 점을 직시한 비팃 문타폰 전 유엔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2010년 3월 제네바에서 열린 제13차 유엔인권이사회에서 북한이 선군정치를 버리고 먼저 주민의 삶을 보듬는 ‘선민정치(people-first politics)’를 실시하도록 촉구했던 것이다.

강제북송은 북한이 출입국의 자유를 부정하는 데도 그 원인이 있다. 하지만 북한은 인권 개선은 생각지 않고 중국에 국경감시 강화, 기관원 파견 등 탈북자 색출에만 주력한다. 기본적인 의식주를 해결하지 못해 탈북했던 선량한 주민들에게 북송 후 기다리는 것은 야만적인 고문, 폭행 등 비인간적 처우와 정치범수용소행이다. 지난해 12월 김정일이 사망한 후에는 ‘3대 멸족’이란 끔찍한 연좌죄가 추가됐다. 21세기 문명사회에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남북 교류협력 강화해야

이러한 비극은 앞으로 더 이상 되풀이 돼선 안 된다. 그러려면 북한 당국이 지금 당장 개혁·개방의 길로 나서야 한다. 평양 농업과학원 연구사 출신 탈북자 이민복씨는 북한이 비효율적인 ‘주체농법’을 버리고 사회주의계획경제에 근거한 ‘협동농장’ 체제를 대폭 개혁할 경우 식량생산 수준을 3배 이상 늘릴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럴 경우 북한 주민은 지금처럼 배를 곯지 않아도 될 것이고, 외부세계에 자존심 상하는 식량 ‘구걸외교’를 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이제 북한의 선택지는 분명하다. 개혁·개방, 선군정치 순화, 군사적 대결 중단, 생산적인 남북대화와 교류협력만이 북한체제 안정, 강제북송 감소, 주민 번영을 가져올 것이다.

제성호(중앙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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