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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남호철] 原電 안전불감증

[데스크시각-남호철] 原電 안전불감증 기사의 사진

동일본 대지진 발생 1년이 지났다. 지난해 3월 11일의 대지진에 따른 쓰나미(지진해일)는 가공할 인명 및 재산피해를 남겼고 후쿠시마 원전 사고까지 불러왔다. 후쿠시마 원전은 규모 9.0의 강진을 버텨냈지만 14m 높이의 쓰나미에 순식간에 당했다.

당시 상황은 심각했다. 원자로냉각 등 필수 기능을 작동시키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예비전력도 준비되지 않은데다 갑작스러운 사고에 대한 훈련도 부족했다. 전반적인 통합 위기 대응능력이 갖춰지지 않은 셈이다. 첨단기술과 안전매뉴얼을 갖춘 일본에서 일어난 사고여서 더욱 놀라웠다.

국내에는 현재 울진·월성·고리 등 모두 21기의 상업 원전이 가동되고 있다. 여기에 추가로 10여 기의 원전이 건설 중이거나 준비되고 있다. 정부는 대안이 없으므로 원전 추가 건설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대신 안전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국내 원전의 경우 규모 6.5의 지진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돼 있는 데다 6.5 이상의 지진이 일어난 적도 없고, 향후 발생할 확률도 극히 낮기 때문에 걱정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원전처럼 위험한 시설에는 ‘만약의 만약을 대비하는’ 시설들이 여러 겹으로 설치돼 있어 위험성을 강조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것이다.

하지만 환경·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원전을 반대하는 운동이 일어났다. 지진 규모에 맞춰 원전이 설계됐다는 이유만으로 원전이 안전하다고 볼 수 없다고 맞섰다. 최근 국내 원전에서 발생한 문제는 이 같은 우려가 ‘기우’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계획 예방 정비 중이던 고리 원전 1호기에 지난달 9일 전원(電源) 공급이 12분 동안이나 중단되는 ‘블랙 아웃’ 사고가 발생했지만 고리 원전 측은 경보를 발령하지도 않고 이 사실을 한 달 넘게 감추다 늑장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정전이 오래 이어지면 냉각수가 돌지 않아 핵연료봉이 녹아내려 후쿠시마 원전과 같은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전원이 제때 복구되지 않았다면 끔찍한 사태가 발생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사고자체도 문제지만 한 달여 동안 이런 사실을 숨기기에만 급급했다는 사실은 아연실색케 한다. 전원 공급이 중단되면 즉시 백색 비상경보를 발령하고 발전소에 주재하는 원자력안전기술원 주재원에게 이를 보고해야 한다는 규정은 무용지물이었다. 기본 원칙조차 지키지 않은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원전 사고는 올들어 4번째다. 지난해와 2010년에는 각각 12회와 14회의 사고가 이어졌다. 더구나 최근 고장은 기계적 결함 등 시스템 문제가 아닌 원전 작업자의 어처구니없는 실수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점검 과정에서 작업자가 증기 밸브를 잠그지 않거나 나사 하나를 빼놓는 등 사소한 실수가 빚은 사태였다.

여기에 지난해 말에는 울진 원전 4호기의 증기발생기 내부에 있는 전열관(傳熱管)의 무더기 손상이 발견됐다. 지난달에는 일부 원전 간부와 협력업체 대표가 짜고 폐기대상 부품을 원전에 납품한 사실이 알려졌다. 잦은 고장으로 가뜩이나 불안한데 납품 비리에 사고 은폐까지 더해지고 있어 국민의 불안감은 증폭되고 있다.

작은 실수나 안전 불감증이 이어지다 보면 돌이킬 수 없는 심각한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사고 때마다 정부 당국은 관련자를 엄중문책하겠다고 밝혔다. 문책만으로 해결될 일이 아닌 듯싶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남호철 디지털뉴스부장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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