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논단-박찬웅] 공적제도와 SNS는 상호보완적 公論場 기사의 사진

최근 한국사회는 정치, 사회, 문화 모든 영역에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광풍이 몰아치고 있다. 정치인, 사회운동가, 연예인은 물론이고 대중적인 토론에서 상대적으로 떨어져 있던 법조인, 의료인 같은 전문직 종사자들까지 자신의 의견을 SNS에 올리고 있다.

SNS의 폭발적 성장과 여론에 미치는 영향은 SNS를 마치 처음 나타난 현상으로 보는 경향을 만들었다. 그러나 이전에 이미 싸이월드, 다음 아고라 등을 통해 많은 이들이 사회적 이슈에 대해 의견을 표시해왔다.

사회적 영향 큰 SNS 참여

그런 점에서 최근 SNS 선풍은 참여하는 사람들의 범위와 이슈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는 점이 새롭다고 할 수 있다. 이전에는 젊은층을 위주로 특정 이슈에 관해 제한적 토론이 이뤄졌다면 요즘엔 연령층이나 직업의 구분 없이 거의 모든 이슈에 관해 토론이 이뤄진다. 아울러 빠른 속도로 끊임없이 새로운 이슈가 등장하고 있다.

물론 참여자의 범위나 이슈의 전환속도의 폭증은 트위터, 페이스북, 포드캐스트라는 최근 온라인매체의 기술적 특성에도 기인하지만, 최근 우리 사회의 SNS 참여는 같은 기술을 사용하고 있는 다른 나라들에 비해 유난히 참여 수준과 사회적 영향이 큰 편이다.

따라서 우리 사회의 SNS 성장은 단지 상대적으로 수준 높은 정보 인프라의 발달보다 더 근본적인 사회적 조건에서 그 원인을 찾아야 한다. 이에 대해 한국인의 국민성이나 문화적 특성을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최근 ‘재스민 혁명’이 몰아친 중동권 역시 트위터를 통한 민주화를 경험했다는 것을 고려하면 한국 국민의 문화적 욕구라고만 보기 어렵다.

그렇다면 왜 전문인 집단을 포함한 다양한 사회집단들이 SNS에 열광하고 있는가? 이는 우리 사회의 신뢰 수준을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10년간 한국 사회의 신뢰 설문조사에서 두드러진 경향은 전반적으로 타인에 대한 사회적 신뢰 수준이 다른 나라에 비해 낮은 편이고, 특히 정부, 국회, 정당, 사법부, 언론과 같이 제도적 신뢰의 기초가 되는 공적 조직이나 제도에 대한 신뢰가 극히 낮다는 것이다.

신뢰의 핵심은 개인이 구체적인 정보나 경험이 없을 경우에 상대방이 속이거나 기회주의적인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다. 연구들에 의하면 신뢰 수준이 낮은 사회나 시기의 공통적인 특징은 그 사회의 공적 제도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그 다음에 일반적인 신뢰의 수준이 낮아지게 된다. 공적인 제도에 대한 불신은 일상생활에서 개인이 경험하는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이런 불확실성은 정보에 대한 갈망으로 나타나고, 정보에 대한 갈망은 정보를 수집하고 전파하는 노력으로 이어진다.

낮은 신뢰수준부터 회복해야

우리 사회의 SNS 열풍은 정부, 정당, 언론 같이 신뢰의 기초를 이루어야 하는 집단이 신뢰를 상실하게 된 상황에서 대안 정보를 찾아내기 위한 개인들의 노력이 트위터나 페이스북과 같은 온라인매체를 발견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SNS의 폭발적인 성장의 일차적인 책임과 해법은 신뢰성 있는 정보를 제공해야 할 공적 제도에 있다.

시민사회의 성숙과정에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공론장은 반드시 필요하고, 온라인 공간은 중요한 공론장이다. 다만 현재 SNS가 제대로 된 공론장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정부, 정당, 언론이 국민 신뢰를 회복하고, 이를 바탕으로 온라인상의 토론을 평가하는 거울로서 작동해야 한다. 이런 조건에서 공적 제도와 SNS는 서로 다르지만 상호보완적인 공론장으로서 우리 사회의 신뢰의 토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박찬웅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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