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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포럼-현길언] 강정마을, 누가 위로해주나

[여의도포럼-현길언] 강정마을, 누가 위로해주나 기사의 사진

“요란하게 떠들어 대다 어느날 모두 떠나면 정치 쓰레기만 남아 악취를 풍길 것이다”

강정마을이 소란스럽다. 구럼비 너럭바위를 폭파하는 폭파음과 정치꾼들의 정략적인 목소리와 국가 권력의 거친 발소리가 마을을 흔들어놓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강정동! 이 해안가 마을이 여의도의 정치판으로 옮겨졌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마을은 권력의 탐식가들이 입맛을 다시던 식탁의 반찬 찌꺼기처럼 될 것이 분명하다.

강정은 제주에서 가장 살기 좋은 마을이었다. 자연 풍광이 빼어나고, 물산이 풍부하며, 사람들 마음씨가 고왔다. 그 마을이 이제 폐허가 되어가고 있다. 십 몇 만 톤 호화여객선이 입출항 하는 미항이 되어 생활여건이 나아진다 해도 예전의 강정마을은 이 땅에서 영원히 사라져 버리게 되었다.

거대한 국가 권력과 나약한 시민의 관계를 바람직하게 설정하는 일은 21세기 민주복지국가에서 중요한 과제다. 국책사업이 아무리 당위성을 지녔다 해도 그로 인해 나타나는 일들이 주민들에게 조금이라도 불이익이 된다면 정부는 개개인의 처지를 배려해야 한다.

‘국가 안보를 위해서는 강정마을에 해군기지가 필요하다.’ ‘해군기지가 아니고 민군복합형 미항이다.’ ‘평화의 섬에 무슨 군사기지냐? 강대국의 군사기지로 이용될 우려가 있다.’ ‘해안가에 있는 특수한 자연생태계가 모두 파괴된다.’ ‘그런 환경은 제주 해안가 여러 곳에 있다.’ ‘민군복합형 미항이 된다면 주민의 생활여건이 향상될 것이다.’ 아무리 떠들어도 주민들에게는 관심 밖의 일이다.

정부나 정치권은 인구의 1%밖에 안 되는 제주 사람의 문제에 1%의 산술적 계산에 따라 1%의 관심만 보여왔다. 모든 문제가 표로 환산되는 정치풍토에서 정치가들의 생각도 여기에서 머물렀다. 그런데 강정마을 문제가 이념의 문제로 확산되면서 섬 밖 사람들이 마을로 몰려들었다. 이에 더하여 총선이 가까워오자 군항 문제가 정책으로 격상되었다. 이 모든 일들이 마을 사람들로서는 불쾌하기 그지없다.

해군기지 건설이 정치의 중요한 사안이라면 반대하는 세력과 정당들은 강정마을에 군항이 건설되지 못하도록 정치력을 발휘했어야 한다. 데모를 해도 이 마을이 아니라 청와대나 국방부 청사 앞에서 해야 하고, 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하는 주체들과 싸우면서 협의해야 한다. 정당도 그렇다. 강정 마을에 군항을 건설하는 것이 문제가 된다면 여야가 합의해 특별위원회라도 구성해서 문제를 풀었어야 했다.

그저 요란하게 소란을 떨다가 어느 날 모두들 마을을 떠날 것이다. 싸움의 뒤끝은 치유될 수 없는 깊은 상처가 되어 마을 사람들에게 돌아올 것이다. 민군복합형 미항이 된다 하더라도 쓰나미가 휩쓸고 간 해안가처럼 온 나라에서 몰려온 정치 쓰레기가 악취를 풍길 것이다. 평화로운 강정마을은 사라졌고, 마을 사람들은 회복할 수 없는 중병으로 신음하게 될 것이다. 반대에 앞장선 세력들도, 권력을 믿고 일을 추진했던 당사자들도 이 마을은 그들의 관심에서 떠나버릴 것이다.

정부가 마을 사람들을 배려했다면 그 배려만큼 제주사람들은 변화에 대응하는 데 덜 고통스러울 것이다. 국가 안보를 위해서 해군기지가 필요하다면, 야당도 문제를 비껴가지 말고 신중하게 대처했어야 했다.

군항 건설 지역이 정해지기 전에 사업의 청사진을 만들어 입지가 가능한 지역 주민들에게 제시하고, 거기에서 나타날 수 있는 문제들을 남김없이 찾아내 정부와 제주도와 주민이 모두 주체가 되어 해결의 통로를 찾았어야 했다. 군항이 되었을 때 나타날 모든 문제를 제시하고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할 때까지 연구하고 토론하고 협의했어야 했다.

이 사업은 국가 권력이 국민 개개인을 배려하지 않는, 전제적 행정 발상에서 문제가 증폭되었다. 여기에 이를 정략적으로 이용하여 덕을 보려는 정치꾼들을 비롯한 다양한 계층들이 합세함으로써 문제가 어렵게 되었다. 결과는 강정마을 사람들만 큰 상처를 입게 되었다. 시간이 지나도 그 상처는 아물지 않을 텐데 누가 이들에게 위로의 한마디를 해 줄 것인가?

현길언 소설가 본질과 현상 편집·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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