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논단-박찬웅] 한·미 FTA 논쟁이 간과하고 있는 것들 기사의 사진

협정 체결과정부터 시끄러웠던 한·미 FTA에 관한 논쟁이 총선을 맞아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우리나라 정당들은 지금까지 정책을 통한 경쟁보다 인물과 계파 중심의 경쟁을 해왔다. 그런 점에서 제주 해군기지와 함께 한·미 FTA가 대표 정당 간 핵심 차이로 부각되고 있다는 점은 이번 총선이 지난 선거들과 구별되는 점이고, 정책 경쟁이 인물이나 지역 경쟁보다 국민 대다수의 이해관계를 더 잘 반영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변화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한·미 FTA에 관한 두 정당의 입장 차이는 찬성과 반대라는 전형적인 이분법적 구조라는 것도 문제지만, 논쟁의 방향 역시 짚어볼 필요가 있다. 현재 찬반론 모두 미국과 한국 양국 중 누가 이득을 보느냐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주목할 것은 국가간 불평등만의 문제가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FTA를 체결한 국가들의 국가 내 소득 불평등의 문제다.

중요한 것은 국가내 불평등

19세기 이후 전 세계 불평등에 관한 연구들은 산업화 시기에 국가간 불평등이 증가하다가 20세기 후반부터 비서구 국가들이 산업화하면서 국가간 불평등이 감소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반면 이 연구들에 의하면 20세기 후반 이후 국가 내 소득 불평등은 증가하고 있다. 단순화시켜서 말하면 과거에 개인의 소득이 국경에 의해서 결정되었다면, 이제 개인의 소득이 한 국가 내에서 어떤 일을 하는가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국가 간 불평등이 상대적으로 감소하고, 국가 내 불평등이 증가한다는 것은 현재 우리 사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한·미 FTA에 대한 정치적, 사회적 논쟁에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한·미 FTA의 사회경제적 효과는 미국과 한국 중 어느 쪽이 이득을 보고, 어느 쪽이 손해를 보는가의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FTA는 협정의 내용에 따라 각 사회 내 다양한 집단들에게 다른 경제적 효과를 주고, 이에 따라 국가 내 불평등이 증가하거나 감소할 수 있다. 다시 말해 한·미 FTA는 미국에서와 마찬가지로 한국에서 역시 어떤 집단은 이득을 얻는 반면 어떤 집단은 손해를 볼 수 있는 것이고, 이에 따라 각국 모두 국가 내 불평등이 증가 또는 감소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두 정당은 한·미 FTA가 우리 사회 내부의 소득 불평등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에 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논쟁하고 있지 않다. 오히려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한·미 FTA 찬성 아니면 반대에 대한 논증보다는 구호에 가까운 외침만 늘어나고 있다.

곧 다가올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있는 지금, 한·미 FTA에 대한 정치권의 경쟁이 우려스러운 것은 찬성이나 반대 입장 모두 우리 사회에 미칠 여파에 대한 세부적인 검토 없이 선거 결과만을 위한 색깔 구별하기로 흐르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집단 간 상대적 이익 잘 따져야

현재 상태로는 양쪽 모두 우리 사회에서 누가 이득을 얻고, 누가 손해를 볼 것인가를 꼼꼼히 따지기보다 사후 대책 없는 협정 이행이나 긍정적 효과를 고려하지 않는 협정 폐지라는 극단적인 방향으로 가게 될 수 있다.

총선과 대선은 한·미 FTA를 포함한 중요한 경제, 사회정책의 방향을 결정하는 소중한 기회이다. 특히 한·미 FTA와 관련해서 필요한 것은 FTA가 만들어내는 집단 간 상대적 이익을 면밀히 따져보고, 제조업 이외 분야에서 특히 농어민, 서비스 산업 등 상대적 손실을 감수해야 할 개인이나 집단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정책을 만드는 것이다.

박찬웅(연세대 교수·사회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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