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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속 과학읽기] (13) 컴퍼스를 든 창조주

[예술 속 과학읽기] (13) 컴퍼스를 든 창조주 기사의 사진

기하학의 어원은 “토지를 측량한다”라는 뜻이다. 고대 이집트 문명이 싹틀 때 나일강 유역의 주민들에게 세금을 걷기 위해 경작지의 규모를 측량할 때부터 시작된 것이라고 한다. 기원전 2900년경 최초의 피라미드를 세운 이집트인들이 발달된 기하학 지식을 가지고 있었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어 보인다.

이후 기원전 6∼3세기에 접어들어 그리스 시대의 탈레스나 피타고라스, 유클리드와 같은 수학자들은 도형에 대한 개념을 새로이 형성하고, 현대 기하학의 근본을 체계적으로 정립하기에 이른다. 당시 교육제도 아래에서 기하학은 학문을 하려는 모든 사람들이 필수적으로 알아야 하는 기본 과제로 부각되었다.

그런데 13세기 성경책에 실린 그림에서는 기하학을 하나님의 우주창조의 기본으로 본 종교적 해석을 볼 수 있다. 당시 많이 그려졌던 이 종류의 그림에서 신은 커다란 컴퍼스를 들고 둥근 우주를 측량하고 창조하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컴퍼스는 창조를 행하는 신의 상징물이다. 위대한 기하학자(Geometer)인 창조주 신은 조화로운 원칙들에 근거해 우주를 창조했다. 그러므로 우주의 이러한 원리를 찾고자 하는 것은 곧 신을 찾고 숭배하는 것이라는 믿음을 이 그림은 담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신을 기리는 중세기의 고딕성당 건축가들은 최상의 아름다움을 주는 기하학적 원리에 따라 신의 거주지인 성당을 형성했다. 십자형의 평면, 팔각형 형태의 기도실, 높은 벽과 원형의 구조 등 성당을 구성하는 모두 요소들은 기하학을 바탕으로 그 일관성을 보이고 있다. 공간의 수리적 성질을 연구하는 기하학이 인간과 신을 연결하는 도구로 사용된 셈이다.

김정화(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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