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논단-권상희] 미디어 과잉시대를 사는 지혜 기사의 사진

맥루한의 ‘미디어는 메시지다’라는 명제는 미디어가 메시지를 결정한다는 은유에 관한 새로운 해석이다. 즉, 새로운 미디어의 등장은 전통적인 삶의 소통, 권위, 상징을 엉망(mess)으로 만든다는 말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등장은 이를 확인시키고 있다.

디지털 한국 사회는 새로운 미디어 과잉시대에 살고 있다. 미디어 과잉 소비와, 비대칭적 소통으로 삶의 혼란(mess)이 있다. 스마트폰 보급과 함께 SNS가 새로운 소통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음성 통화보다 카카오톡으로 대화하고 트위터를 통해 잡다한 일상을 공유하는 세상이다. 공론과 여론 형성의 장이 되기도 하고 문제를 일으키는 시발점이 되기도 한다. 소통과 삶의 방식을 송두리째 바꾸고 있다. 파푸아뉴기니의 원시부족이 선교사로부터 돌도끼를 대신하는 철도끼를 전수받자, 부족이 가지고 있던, 부족장의 권위와, 원시사회의 샤머니즘적인 주술가치, 가부장권의 상징이 일순간에 엉망(mess)이 되는 경험과 같다.

음성통화 대신 카카오톡으로

언제 어디서나 SNS를 통해 지인들의 소식을 접하게 되면서 실제 만남이나 통화는 사라졌다. 현실에서는 관계가 단절되고 있는데도 오히려 넓어진다고 착각하며 살고 있다. 같은 가족으로 지내고 있지만 아버지는 SNS로, 아이들은 스마트 폰으로 다른 세상에 빠져있다.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무의식적으로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린다. 길을 걷거나 지하철을 타면 모두 스마트폰만 바라보고 있다. 스마트폰 사용 후 독서도, 신문보기도 눈에 띄게 줄었고, 전에 외우던 노래가사, 영화 이름, 지인들의 전화번호도 생각나질 않는다.

스마트폰과 SNS 사용으로 일하는 시간과 휴식 시간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신중함과 사려 깊음은 사라지고 스마트와 SNS 족쇄만 채워졌다. 소통미디어는 늘어났으나, 소통불안과 갈등비용은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역사상 가장 경제적으로 풍요한 디지털 대한민국에서 ‘불안 증폭 사회’, ‘갈등증폭시대’에 살고 있다.

맥루한의 또 다른 명제 ‘미디어는 마사지(massage·안마)다’가 있다. 오늘날 미디어가 우리를 거칠게 주무르고 있다는 의미다. 특정한 행위를 과대(mass)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진화심리론에 따르면 인지감각 중 환경적응에 적절한 감각은 더욱 발달하고, 필요 없는 기능은 퇴화한다. 우리는 특정한 행위만 하느라 계산능력과 추리력, 사람간의 감성교류는 줄고 기계적 대면의 증가로 사람 대하는 일에는 서툴러진다. 대면하는 방식도 스마트미디어에 의존하는 후기인류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스마트미디어에 우리의 세상 인지능력을 맡기고, 소셜미디어에 우리의 사회적인 유대관계를 맡기면서, 좋은 삶을 살고 있다고 착각하고 살고 있다는 것이다. 기계인간으로 몸과 영혼이 분리되는 미디어 종속과 편식이 불러온 비극의 시작인지 모른다. 즉 미디어과잉의 시대, 원하는 정보 원하는 답만 찾느라 정말 중요하고 알아야 하는 일을 놓치는 것은 아닌가?

스마트미디어 의존 너무 심해

좋은 미디어는 뒤로하고 스마트폰만 바라보고 손끝으로 반응하고 있다. 스마트폰이 정말 스마트한 삶을 만들어 주는지 다시 한번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미디어과잉에 매몰되어 진정한 가치와 소중한 사람중심의 인문적 가치와 상징을 잊어버리고 사는 시대가 아닌가 한다. 좋은 식품은 슬로푸드에서 나온다. 인스턴트는 정크푸드일 가능성이 크다. 스마트하다는 건 잔재주에 능한 것이 아니라, 진정한 삶의 지혜를 가진다는 것이다.

권상희 성균관대 교수 신문방송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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