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논단-김용호] 감동 없는 총선, 유권자의 선택 기사의 사진

이번 총선은 아무런 감동이나 치열함이 없이 무미건조하게 끝나버렸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선거를 통해 새로운 정치적 리더십이 등장하고, 국민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국정과제가 제시되고, 시대정신이 무엇인지 분명해지고, 나라가 가야 할 방향이 정해진다. 민주화 이후 지난 20여 년간 우리나라 총선도 매번 새로운 인물이나 정치적 과제가 등장하여 진통을 겪었지만 궁극적으로 나라 발전의 계기가 되었다.

1988년 총선에서는 헌정사상 처음으로 여소야대가 등장하였고, 1992년 총선에서는 기업가 출신 정주영 회장이 주도하는 통일국민당 바람이 불었고, 1996년에는 김대중씨가 새정치국민회의를 통해 정치적 복귀를 노렸다. 2000년 총선은 지역주의 타파를 외치다가 낙선한 ‘바보 노무현’을 지지하는 노사모의 탄생을 가져왔다. 2004년 총선은 탄핵 바람에 창당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열린우리당이 다수당으로 등장했다.

핵심 이슈 없는 무미한 선거

2008년 총선에서는 대선의 후광효과로 한나라당을 비롯한 보수가 170석을 넘는 의석을 차지하는 이변이 일어났다. 그런데 이번 총선은 국민을 감동시킬 만한 정치적 명분을 내건 후보도 없고,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파고드는 명연설도 없고, 국가의 백년대계를 도모할 만한 새로운 국정 과제도 나오지 않고 있으니 ‘정치의 실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거 초반 한·미 FTA와 제주해군기지 문제를 두고 치열한 토론이 이뤄지는가 했으나 용두사미로 끝나버리고 선거운동기간 내내 여야가 불법사찰문제와 민주통합당 김용민 후보의 저질 발언을 놓고 지루한 정치적 공방을 벌이다가 끝나버렸다.

총선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여야 지도부를 보면 신선한 맛이 떨어지고, 목이 터져라 외치는 그들의 연설은 상대방을 비난하는 데 급급했고, 그들이 나누어주는 홍보물은 진부하기 짝이 없는 내용들이다. 현안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는데도 여야가 정치적 입씨름만 하고 있으니 19대 국회도 국민들을 실망시키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그러나 유권자들이 정치인들의 행태에 절망하지 않고 오늘 투표장에 나가 현명한 선택을 함으로써 위기에 빠진 우리 정치를 구해야 할 것이다. 정치는 가능의 예술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리고 그 나라 정치의 수준은 그 나라 국민의 수준에 달려 있다고 하지 않는가.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첫째 후보가 도덕적으로 하자가 없는지, 단순히 권력을 탐하여 국회의원에 출마하지 않았는지, 나라와 이웃을 위해 진정으로 봉사할 사람인지를 따져 보아야 할 것이다.

파렴치한 범죄나 사기를 한 적이 있거나, 비리에 연루된 적이 있거나 여성이나 노인을 비하하거나, 비뚤어진 심성을 가졌거나 병역과 조세의 의무를 제대로 하지 않는 후보를 제외시켜야 할 것이다.

공약과 정책실현 능력 따져야

두 번째로는 유권자를 위해 무슨 일을 하려고 하는지를 따져 보아야 할 것이다. 후보의 공약, 정책, 소신, 비전, 역사관 등을 점검해 보아야 한다. 단순히 표를 얻기 위해 실현 불가능한 공약을 하거나 일관성 없는 소신을 나열하고 있거나 과거에 나온 얘기나 남의 얘기를 앵무새처럼 하고 있는지를 꼼꼼히 따져 보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공약이나 정책을 실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자격, 경력, 전문성, 과거의 실적 등을 따져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본인에게도 부담만 되고 나라와 지역사회를 위해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다.

김용호 인하대 교수 정치외교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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