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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신종수] 김용민의 막말과 진영논리

[데스크시각-신종수] 김용민의 막말과 진영논리 기사의 사진

서울 노원갑에 출마했던 민주통합당 김용민 후보가 막말 때문에 본인이 낙선한 것은 물론 충청·강원 등 접전지역에서 많은 표를 잃었다는 것이 당 자체분석이다. 김 후보의 성적 비하, 노인 폄하, 기독교 모욕 발언은 노년층이 많은 농촌은 물론 여성과 기독교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 민주당 지도부는 나꼼수 표를 의식해 그와 단절하지 못했고, 김 후보 측은 보수의 프레임에 굴복할 수 없다는 진영 논리를 내세우며 세를 과시하는 집회를 가진 것이 역풍을 불러왔다. 이 역풍 앞에서 정권심판론도 먹히지 않았다. 문재인 민주당 상임고문이 부산에서 나꼼수 멤버들과 유세를 벌인 것도 낙동강 벨트에서 문재인 바람을 일으키는 데 걸림돌로 작용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선거는 구도와 쟁점, 정책 등 거시적인 요인들이 어우러져 민심을 획득하는 과정이지만 후보의 개인적인 자질에 의해 좌우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이번 선거는 보여줬다. 김 후보가 출마한 노원갑은 전통적인 민주당 우세지역이지만 소용없었다. 진보성향의 한 정치전문가는 김 후보의 막말 파문과 민주당의 패배에 대해 “자신의 과오는 인정하지 않는 태도로 성찰의 공간을 갖지 않는 나꼼수에 휘둘렸다”며 “진영 논리로 일관하는 것이 처음에는 달콤 짜릿하지만 결국 자기편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진영 논리는 무엇인가. 자기편이 잘못을 했어도 상대 진영에게 도움이 될 것 같으면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다. 암울했던 군사독재정권 시절에 민주화 투쟁을 하는 과정에서 진보 진영이 강고한 대오를 구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효율적인 수단이었다. 보수 진영이 산업화를 이루는 과정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양쪽 모두 이념 논쟁이나 이분법적인 흑백 논리를 동원하기도 했다.

중도파들이 설자리는 매우 좁았다. 우리당의 이런 점은 옳지만 저런 점이 잘못됐고, 상대당의 이런 점은 잘못됐지만 저런 점은 옳다고 말할 수가 없었다. 그랬다간 기회주의자나 회색분자 소리를 듣기 십상이었다. 당장 우리 국회는 의원 개인의 생각보다 당론이 우선시된다. 아무리 인품이 훌륭한 의원이라도 거수기 역할을 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민주주의와 산업화 시대로 접어든 이후에는 진영논리보다 중도적이고 합리적인 가치, 균형감 있고 신축적인 태도를 중시하는 여론이 많아지고 있다. 물론 현실 정치에 적용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되며,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부단히 훈련하고 추구하고 쌓아가야 하는 가치임에 틀림없다. 흑백논리에서 벗어나 중도와 균형을 유지하는 것은 단순히 물리적인 중간지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항상 깨어 있으면서 양쪽을 통섭하고 최적치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개역개정 성경의 해설 부분에는 이런 글이 실려 있다.

“이분법적 논리를 인생의 문제에 적용하면 인생에 대한 이해가 아주 단세포적이고 유치하게 변질된다. 하나님의 오묘한 경륜과 섭리 속에 있는 이 세상과 우리 인생은 그렇게 단순치 않다. 실제로 이 세상에는 흑과 백 말고도 얼마나 다양한 색깔들이 존재하는가. 우리가 선택해야 할 대부분의 결정들은 한층 복잡하다. 하나님의 뜻은 ‘둘 중 하나, 이것 아니면 저것’을 훨씬 초월한다. 둘 중 하나라는 사고방식은 쉽고 빠르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이분법적 사고방식을 뛰어넘지 않는다면 우리는 인생에서 소중한 기회 하나를 놓치게 될 것이다. 그것은 하나님께서 우리를 위해 준비해 놓고 장차 열어주실 무한한 가능성이다.”

신종수 산업부장 js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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