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논단-배준호] 실손의료보험 재원 낭비 막아야 기사의 사진

실손의료보험(이하 실손보험)이 화제다. 이 보험에 들지 않은 사람을 찾기 힘들 정도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국민의 47%(2011년)가 가입해 있으며 가구단위 가입률은 80% 수준이다. 가입자는 월 3만∼10만원 정도의 보험료를 내는데 국민건강보험(이하 건강보험) 보험료보다 많은 이들도 적지 않다.

그런데 정작 납부한 실손보험료가 어떻게 쓰이는지 아는 가입자는 거의 없다. 사업비와 지급보험금 내역이 영업 비밀이라는 이유로 공개되지 않아 감독부서인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도 내역을 정확히 모른다. 건강보험이 보험료 사용내역을 매년 꼼꼼히 정리하여 공표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보험정보가 집결되는 보험개발원도 관련 통계를 내놓지 않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국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매 낸 보험료의 상당 부분이 보험사의 사업비와 이윤, 병원의 불요불급한 비급여 진료비로 낭비되고 있다.

수년째 급증해도 통계 없어

강제가입의 건강보험은 소득과 재산에 따라 보험료를 내고 소득재분배로 노인층과 저소득층이 혜택을 받는 반면, 임의가입의 실손보험은 성과 나이, 보장정도에 따라 보험료를 내고 낸 만큼 보험금을 받는다. 2009년 기준 건강보험은 가구당 월 10만8000원의 보험료를 내고 12만4000원의 보험급여를 받았고, 실손보험은 위험보험료 기준으로 월 6만원을 내고 4만원 정도의 보험금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보면 건강보험이 유리해 보이지만 전 연령층 대상의 얘기일 뿐이다. 청장년층은 건강보험 전체 보험료의 90% 이상을 내지만 보험급여는 국고지원을 포함해도 60% 조금 넘게 받아 보험급여지급률이 70% 수준이다. 보험료의 3분의 1 이상이 노인진료비와 아동진료비로 지출되기 때문이다. 반면 실손보험은 납부보험료의 30% 정도를 보험사의 사업비와 이윤으로 떼고 나머지로 보험금을 주는데 수년간 손해율이 100%를 상회하여 건강보험과 비교가능한 보험금지급률은 70% 중반대이다.

지금은 두 보험의 지급률이 비슷하여 청장년층이 양자에 차이를 느끼지 못할 수 있다. 문제는 고령화가 진행되어 보험료의 40% 이상이 노인진료비 등으로 지원되면 청장년층의 건강보험 지급률이 60%대로 떨어져 실손보험보다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상품간소화, 관리 투명성 필요

주지하듯 건강보험과 실손보험은 일정부분 대체 관계에 있다.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강화되어 본인부담이 줄면 실손보험 가입률이 떨어질 수 있다.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에는 보험료 인상과 국고지원 등 많은 재원이 필요한데 실손보험 가입으로 보장성을 확보한 가계가 보험료 인상에 저항할 수 있고, 확보재원의 많은 부분이 노인진료비로 흘러가 보장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강화되면 실손보험은 축소될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성립되지 않을 수 있다.

일반 보험 상품에서는 소수의 보험사기로 선의의 가입자가 약간씩 피해를 보지만, 실손보험에서는 가입자와 의료기관 다수에 의한 도덕적 해이로 진료비가 급증하여, 선의의 가입자는 물론 건강보험과 국민경제가 큰 피해를 볼 수 있다. 실손보험이 여느 보험상품의 하나로 간주될 수 없는 이유다.

우선 과제는 지난 수년간 분별없이 커져온 실손보험의 체계화 작업이다. 2009년의 상품 표준화를 넘어서는 표준화와 간소화를 추진하고, 판매와 관리의 투명성을 확보하여 건강보험을 보완하는 상품에 걸맞게 바꾸어야 한다. 그래야 실손보험이 살고 연간 수조원대의 재원 낭비를 줄일 수 있다.

배준호 한신대 경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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