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곤 칼럼] 욕설 향연으로서의 정치 기사의 사진

욕설, 조롱, 비아냥 등의 부정적 행태가 한 몫 하는 시절이다. 이런 언사를 잘 구사해서, 그러니까 가능하면 더 험하게, 더 천박하게 표현하는 재주를 발휘해서 대중, 특히 젊은이들의 인기를 얻은 사람들이 적지 않아 보인다. 그 힘으로 제1야당의 공천을 받아 총선에 나선 이, 인기연예인의 지위를 누린 이도 있다. 과거형으로 쓰는 것은, 한 사람은 낙선했고, 한 사람은 잠정적으로 은퇴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고뇌 고통 분노에 대한 젊은 사람들 나름의 표현방식일 수도 있다. 그렇다 해도 천박함은 자랑할 일이 못된다. 정치 및 사회현상에 대해 너무 화가 나서 심한 말을 할 수는 있다. 분노하는 세대·계층의 스피커 역할을 해 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기도 하다. 거기까지는 좋다. 그렇지만 이런 행태가 출세나 돈벌이의 수단이 되는 것은 곤란하다.

험한 말·글로 출세한 사람들

기실 이런 부류의 인사들 여럿이 출세와 성공의 사례를 만들어 낸 바 있다. 비아냥거리고 비꼬고 비틀고 뒤집고 조롱하고 욕하고…. 화낼 일이 많은 사람들은 이를 통해 카타르시스를 느끼면서 이들에게 열광했다. 폭넓은 지식, 화려한 언변, 뛰어난 문재로 무장한, 혈기방장한 이들에게 대적할 사람들은 거의 없어 보였다. 오히려 나이든 지식인 중에서 이들을 닮아가려는 사람들까지 나타났다. 괴성을 지르면서 대통령 등 고위인사들을 향해 욕설을 퍼부어 대는 식으로.

우리의 차세대를 화나게 하는 사회나 집단은 당연히 문제다. 앵그리 버드는 나쁜 돼지들이 만들어 놓은 것이다. 안철수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앵그리 버드 캐릭터를 나눠주면서 젊은 세대의 분개심을 자극해 이들을 투표장으로 이끌어내고자 했던 뜻도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나쁜 돼지들의 연합에 과감히 맞서는 앵그리 버드의 리더로서 자신의 이미지를 만들고 싶기도 했을 테고.

어쨌든 18대 총선 때보다는 투표율이 8.2%포인트 상승했다. 그러나 폭발적 상승은 아니었다. 게다가 투표율 제고에 기여한 것은 안철수의 앵그리 버드만이 아니었다. 그 점에서 안 원장의 전략은 별로 성공적이지 못했다. 하긴 앵그리 버드가 상대적으로 많이 늘어났다는 방증 정도는 확인되기도 했다. 18대 총선 때는 보수진영의 정당득표율이 57.5%, 진보진영은 34.7%였다. 이것이 19대 총선에서는 보수진영 46%, 진보진영 46.8%로 역전됐다. 의석을 확보한 정당들만의 득표율 합산이다. 진보진영의 약진이었다고 하겠다.

거룩한 분노라면 품격 갖춰야

그렇지만 앵그리 버드의 대 궐기 같은 현상은 없었다. 야권은 탐욕스럽고 사나운 나쁜 돼지가 착하고 약한 새들을 괴롭히는 장면을 연출해내지 못했다. 오히려 새누리당 박근혜 선거대책위원장이 “거대야당의 폭주를 막아달라”고 호소하는 상황이 됐다. 야당은 기세등등한 모습이었고, 거기에 이른바 ‘국민욕쟁이’의 막말이 험악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8년 전의 일이었다지만 인터넷상에서는 동시간대의 장면이 된다.

기가 꺾일 대로 꺾인 ‘나쁜 돼지’, 기고만장해서 미국 정부요인 뿐만 아니라 주한미군까지 하나씩 죽이자고 기염을 토하는 ‘앵그리 버드’―도무지 아귀가 안 맞는 이 구도가 안철수 ‘앵그리 버드 전략’의 김을 빼버린 것은 아닐까? 정작 이해가 걸린 문제에 대해서는 야당 일각의 지저분함이 여당 부패·타락 인사들 뺨칠 정도임을 국민에게 확인시킨 점도 그렇고.

욕설과 조롱과 악담 같은 것은 거룩한, 최소한 정당한 분노의 표현 수단이 되지 못한다. 경쟁상대를 악으로 매도하는 것도 설득력 있는 선전 방법이 아니다. 우리 사회를 앵그리 버드와 나쁜 돼지들의 전쟁터로 몰아가는 것은 모두의 비극이다.

반성할 사람은 반성하고 용서할 사람은 용서하는 사회, 같이 마음과 힘을 모아 더 나은 세상을 열어가는 사람들, 국민 사이에 진정한 사랑과 염려와 양보와 협력의 정신을 심어주고, 스스로 실천하는 리더가 소망스럽다.

그래서 말인데 욕쟁이들 덕을 보려는 정치인 정치세력 정당은 없기를 바란다. 사실 ‘나쁜 돼지’로 말할 것 같으면 북한 정권보다 더한 집단이 없지 않을까?

이진곤 논설고문(경희대 객원교수) jing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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