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피니언 > 칼럼 > 데스크시각

[데스크시각-오종석] ‘차오포비아’ 사라져야

[데스크시각-오종석] ‘차오포비아’ 사라져야 기사의 사진

서울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종업원으로 일하는 30대 조선족 이모씨는 요즘 불안해서 잠을 이룰 수 없다고 말한다. 최근 수원에서 발생한 여성피살 사건 이후 경기도 용인에서 건설 노동자로 일하는 남편이 걱정되기 때문이다. 중국 지린성(吉林省)에서 함께 살다 남편이 7년 전 먼저 코리안드림을 꿈꾸며 한국에 건너온 뒤 자신도 3년 전 한국에 왔다. 이들 부부는 한 푼이라도 더 벌겠다는 욕심에 서로 떨어져 살지만 지린성에 있는 부모님과 초등학생 아들을 생각하며 열심히 생활하고 있다. 이씨는 “남편이 최근 힘들다며 술을 마시고 전화를 걸어왔다”며 “조선족에 대한 주변의 시선이 기분 나쁘고 힘들다고 말했다”고 걱정을 했다.

수원 여성 피살사건 이후 최근 조선족 혐오증인 ‘차오(朝)포비아’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살해범인 조선족 오원춘이 경기도 일대에서 막노동을 해온 사실이 알려지면서 3D 업종에 종사하는 조선족 남자들이 주요 타깃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각종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는 이들을 오원춘과 동일시하며 비난하는 글이 넘친다. 무조건 범죄자나 살인자로 취급하기도 한다.

많이 잘못됐다. 우선 조선족에 대한 시각부터 바꿔야 한다. 중국에서 조선족은 55개 소수민족 중에서도 온순하고 근면하기로 유명한 민족으로 평가받고 있다. 200만명인 이들 조선족의 선조는 상당수가 일제 강점기 일본의 식민통치를 거부하고 독립운동을 하기 위해 건너간 사람들이다. 역사를 차치하더라도 우리에겐 더 없이 고마운 사람들이다. 올해로 한·중 수교 20주년이 됐다. 중국은 우리의 제1 무역교역국으로 대중 무역수지는 미국과 일본을 합친 것보다도 많을 정도로 한·중 관계가 발전해왔다. 이 과정에서 많은 조선족들이 역할을 했다. 중국으로 진출하는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지금도 이들 조선족의 도움을 받고 있다. 일부 사기를 당한 사람들도 있지만 소수에 불과하다.

2007년 중국으로 어학연수를 갔을 당시 아파트를 임대한 조선족 집주인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스포츠용품 사업을 하는 그는 중국어에 익숙하지 않은 기자에게 큰 힘이 됐다. 수도나 전기 시설이 고장나면 직접 찾아와서 고쳐주고, 가끔씩 찾아와서 말동무를 하며 격려하기도 했다. 처음 중국으로 갈 때 “조선족을 경계해라” “사기 당하기 쉽다” 등 많은 부정적인 얘기를 들었지만 적어도 기자가 중국에서 연수 및 특파원으로 4년 동안 머무르면서 겪은 조선족은 대부분 따뜻하고 친절한 친구이자 형이고, 동생이었다.

경제적 여건 때문에 한국에 건너온 조선족들도 대부분은 근면하고 성실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숫자가 늘어나면서 부적응자도 늘고 있다. 현재 한국 거주 조선족은 40만명 정도로 알려졌다. 귀화한 사람까지 합치면 50만명이나 된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조선족 노동자들이 강력범죄의 온상이라는 일방적 시각은 편견이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1년 중국인 범죄자는 1만5700여명으로 전체 국내 거주 중국인의 2.3% 정도라고 한다. 반면 같은 기간 내국인 범죄자는 188만명 정도로 전체 인구 대비 범죄자 비율이 3.7%에 이른다.

더 큰 문제는 이들에 대한 주변의 편견과 멸시, 사회적 혐오증이 이들을 오히려 범죄자로 몰아간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 오클랜드에서 일어난 한국계 미국인의 총기난사 사건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한 조선족 노동자는 “중국에서 온 친구들 중 상당수가 차별과 멸시에 시달린 뒤 한국을 싫어하고 증오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제2의 오원춘이 나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도 조선족들에게 좀 더 따뜻한 배려와 격려가 필요하다.

오종석 경제부장 jsoh@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