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피니언 > 칼럼 > 삶의향기

[삶의 향기-박동수] 이어령과 기독교 스토리텔링

[삶의 향기-박동수] 이어령과 기독교 스토리텔링 기사의 사진

요즘 이어령 박사의 저서 ‘빵만으로는 살 수 없다’를 짬짬이 읽고 있다. ‘바이블 시학(詩學)’이란 부제가 붙었다. 방대한 인문학적 사유와 지식을 배경으로 풀어내는 그의 바이블 스토리텔링은 일반 성경 해석서에선 느낄 수 없는 또 다른 깊이와 묘미를 준다.

이 박사가 지성의 문턱을 넘어 영성의 세계로 진입해온 것은 분명 자신은 물론 한국교회에도 축복이다. 그가 평생 갈고 닦은 지성과 언어의 연금술은 영성의 그릇에서 새롭게 빚어져 기독교를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갈 터이다.

이 박사는 성경을 전통적 입장이 아니라 소설처럼 스토리텔링으로 분석하는 것이 자신의 작업이라고 밝힌다. 해석코드, 의미코드, 행위코드, 문화코드, 상징코드 등 기호학적 방식으로 성경을 해독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방식은 자칫 추상적·관념적이기 쉬운 성경 속 사건들을 입체적이고 실감나게 그려내는 데 매우 유용하다.

이야기로 성경 읽기 필요

지금은 언필칭 스토리텔링 시대다. 무슨 메시지든 스토리로 엮어내야 사회적 반응과 흡수가 빠르다. 스토리텔링 이론의 대가 스티븐 데닝은 “현대사회에서 사람들을 이끌거나 커뮤니케이션 하는 최상의 방법은 스토리를 활용하는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스토리텔링으로 성경읽기’는 특히 젊은층에 잘 어필할 것 같다. 요즘 젊은 세대는 관념이나 사건 자체보다 그것을 이야기로 엮어내는 스토리텔링을 통해 의미를 수용하는 문화에 익숙하다. 이들에게 성경을 너무 관념적으로 경직되게 해석해주면 흥미를 끌어내기 어렵다.

따지고 보면 성경 자체가 거대한 스토리요, 문학적 텍스트다. 성경의 3분의 1은 비유로 되어 있다. 구약은 믿음의 선진들이 지녔던 꿈과 환상, 도전과 성취의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다윗의 시편과 솔로몬의 잠언은 최고의 문학작품이다. 예수님도 구원, 천국 같은 난해한 개념들을 쉽게 설명하기 위해 비유법을 사용하는 등 문학적 상상력을 많이 동원하셨다.

한국교회의 스토리텔링적 토대는 허약하다. 기독출판물들을 보면 폭넓은 문학적 상상력과 정교한 이야기 작법이 동원된 작품들은 희소하다. 신학자들의 딱딱한 이론서나 사역을 크게 일군 목회자들의 성공담, 신앙 고백이 담긴 개인 간증물이 대다수다.

기독 문화콘텐츠 더 많아져야

외국은 어떨까. 오랜 기독교 전통을 가진 유럽과 미국엔 기독교 문학의 비중이 상당하다. 작품소재도 다양하고 작가층, 독자층도 두텁다. 미국의 경우 기독출판시장에서 ‘소설’(fiction) 분야는 ‘그리스도인의 삶’(Christian life), ‘영성’(spirituality) 분야와 함께 3대 축을 이룬다.

이에 비해 한국은 ‘그리스도인의 삶’과 ‘영성’ 두 분야에만 치중해 있다. 스토리텔링의 기초가 되는 ‘소설’ 분야가 너무 취약한 것이다. 이는 기독교적 연극·영화·뮤지컬 등 문화콘텐츠의 낮은 경쟁력과 무관치 않다.

성경의 메시지는 변치 않는다. 하지만 전달방식은 시대에 맞춰 변화할 필요가 있다. 최근 일부 교회에서 이런 흐름을 받아들여 ‘성서로 문화읽기’ ‘성서와 스토리텔링’ 같은 강좌를 개설한 것은 그래서 반갑다. 복음의 전파력과 확장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선 성경과 세상문화를 아우르는 하이브리드형 기독변증가, 탁월한 스토리텔러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 이어령 박사에게 그 길잡이 역할을 기대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박동수 종교기획부장 dspark@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