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성낙인] 검찰, 개혁하지 않으면 개혁 당한다 기사의 사진

군사정권 시절 검찰조직은 안정과 번영을 구가했다. 대신 정권에 충성하는 검사만이 살아남을 수 있었다. 1987년 5년 단임 대통령제 이후 검찰도 5년 단위로 옷을 갈아입는 과정에서 정치검찰로 지탄을 받았다.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의 집권 마지막 해에 아들들이 구속 수감되자 대통령은 넋을 잃었다고 한다. 노무현 정부 초기에 이회창 후보의 차떼기 대선자금 수사는 국민검찰을 탄생시켰다. 그 검찰이 이명박 정권 초기에 노무현 전 대통령을 사지로 내몰았다.

그간 검찰은 죽은 권력만 난도질하고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해서는 침묵모드로 일관했다. 기세등등한 대통령의 임기 초반기에 온갖 측근비리가 싹튼다. 이때 검찰이 제대로 된 수사를 한 기억이 없다. 물론 검찰도 항변할 것이다. 살아 있는 권력을 상대로 누가 비리첩보를 제공하겠는가라고.

선결과제는 뼈를 깎는 자기정화

하지만 불법사찰 수사를 보면 사정은 전혀 다르다. 검찰은 하늘을 손바닥으로 가리는 수사로 일관했다. 결국 집권 마지막 해, 그것도 총선을 코앞에 두고 뇌관이 폭발했다. 애당초 제대로 수사했더라면 정권도 검찰도 타격을 입지 않았을 것이다. 어려울 때일수록 국민만 바라보고 고뇌에 찬 결단이 필요한 이유다.

그런데 검찰 재수사는 아직도 영 시원찮다. 이럴 때 대검 중수부가 나서야 하고 중수부의 존재감을 보여줘야 한다. 설로만 무성하던 이명박 정부의 실세들에 대한 수사의 단초가 열려간다. 형님 게이트는 아직 수사개시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다. 이 와중에 대통령의 멘토라는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황당한 비리사건이 터졌다. 금품수수와 협박과정이 3류 소설 수준이다.

이제 중수부가 현 정권 실세들에게 칼을 빼들어야 한다. 검찰 명예를 걸고 거악(巨惡) 척결에 나설 마지막 기회다. 이 기회마저 놓치면 중수부는 폐지 이전에 자연사해야 마땅하다. 차떼기 수사를 통해서 한나라당을 한 방에 날려 보낸 민주당이 이젠 중수부 폐지를 집권공약으로 제시한다. 지검 특수부가 있는데 굳이 대검 중수부를 둘 필요가 없어 보이기도 한다. 일본의 도쿄지검 특수부는 대검 중수부 못지않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신설해 본들 기존의 검찰조직보다 더 잘할 것이라는 기대는 환상이다. 특별 기구를 옥상옥으로 신설해도 역할과 기능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그러니 특별 기구는 싱가포르 홍콩 같은 도시국가 정도에서만 작동된다.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선진국 어디에도 이런 조직은 없다. 미국 특유의 특별검사를 흉내 낸 한국판 특검은 예산과 인력만 낭비한 채 아무것도 보여준 것이 없다. 오히려 삼성 특검에서는 면죄부만 부여하지 않았는가.

조직 명예 걸고 巨惡 척결해야

검찰조직 내에서의 상호견제와 균형 즉, 검찰청은 수사기관으로, 법무부는 법무행정기관으로 각자의 역할 정립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수사와 행정의 이원성을 명실상부하게 구축해야 한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은 인사와 직결된다. 엘리트들이 사회정의를 위해 헌신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그 인사에 소위 ‘고소영’이 작동되는 한 조직은 정상궤도를 일탈하기 마련이다. 검찰인사는 최고통치권자의 국가경영철학과 직결된다. 스스로 잘못된 인사가 결국 자신에게 부메랑으로 되돌아온다는 평범한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검찰의 뼈를 깎는 자기정화는 선결과제다. 간통과 수뢰, 성추행까지 벌어지니 스스로 꼴이 말이 아니다. 검찰에 대한 불신으로 마침내 검사장 직선제까지 논의된다. 직선제는 검찰의 정치화를 가속화시킬 뿐이다. 스폰서 검사 파동 이후 도입된 검찰시민위원회는 나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차제에 검찰권 행사에 대한 시민참여를 강화하는 방안도 제시돼야 한다.



성낙인(서울대 헌법학 교수·한국법학교수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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