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배종하] 질 좋은 한우로 승부해야 기사의 사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서 농업계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농업인들은 정부 대책이 피부에 크게 와 닿지 않고 충분하지도 않다고 생각한다. 특히 농업 부문 중에서도 축산업에 피해가 집중되고, 그중에서도 한우산업이 제일 큰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최근 한우 사육두수의 증가와 더불어 가격이 불안해지면서 한우 농가들은 하루하루 걱정을 더해가고 있다.

그런데 농촌 현장에서 농업인들을 만나 대화하다 보면 아직도 FTA의 실상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농가들은 대개 막연히 한우 피해가 클 것이고 가격이 폭락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FTA 발효 이후 구체적으로 무엇이 어떻게 바뀌는지에 대해서는 의외로 모르는 농가들이 많다.

한·미 FTA에서 가장 피해가 크다고 하는 쇠고기의 경우 구체적인 협정 내용을 보면 현재의 관세 40%를 15년에 걸쳐 없앤다는 것이다. 즉, 2012년에 발효되면 매년 2.7%씩 관세가 줄어들어 2026년에 관세가 완전히 없어지게 된다.

예를 들어 소비자가 구입하는 수입쇠고기의 가격이 100원이라고 가정한다면 관세가 없어질 경우 과연 얼마쯤 떨어질 것인지 살펴보자. 쇠고기 유통구조를 볼 때 소비자가격이 100원이라면 수입원가는 50원에 미치지 못할 것이다. 수입원가가 50원이라고 가정할 때 수입가격에서 관세 40%가 없어지면 대충 35원 정도가 된다. 유통비용은 그대로라고 가정할 때 FTA로 관세가 없어진다면 100원 하는 수입쇠고기 소비자가격은 85원이 되는 셈이다. 그런데 이 관세가 15년에 걸쳐 없어지니까 소비자가격은 100원에서 매년 1원씩 떨어져 15년 후에 85원이 되는 셈이다.

다른 모든 상황이 변하지 않는다면 수입쇠고기의 4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산 쇠고기의 소비자가격은 향후 15년 동안 매년 1%씩떨어진다는 것이 한·미 FTA의 구체적인 그림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한우를 키우는 농업인이라면 이 그림을 머릿속에 두고 앞으로 어떻게 경영을 할지 냉정하게 판단할 것이다.

개별 한우농가는 매년 1%씩 미국산 쇠고기의 가격이 하락한다고 할 때 내가 과연 경쟁할 수 있는지 판단해야 한다. 또 가격 하락으로 불리해진 조건을 극복할 수 있는 수단이 무엇인지를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 생산시설의 현대화, 사육방법의 선진화, 생산기반 확충 등 다양한 노력이 강구돼야 한다.

시장 가격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수급인데 수입쇠고기가 한우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히 제한적이다. 지난해 소값이 크게 내려 한우농가가 고통을 겪었는데 그 기간 동안 쇠고기 수입이 크게 늘거나 가격이 내리지는 않았다. 한우 사육두수가 늘어난 것이 소값이 요동친 가장 큰 원인이었다. 정부가 사육두수 증가를 억제하는 정책들을 발표하면서 소값은 회복되고 있다. 시장을 좌우하는 변수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한우시장의 가장 큰 변수는 한우 자체의 수급이고 수입쇠고기의 가격 하락은 많은 변수 중 하나일 뿐이다.

한우와 경쟁하는 수입쇠고기의 가격이 하락하는 것은 분명히 우리 한우산업에 큰 위협 요인이다. 이로 인해 한우 농가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 우리에게 절실한 것은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다. 전망은 늘 불확실성을 내재하고 있지만 그것을 바탕으로 해결책을 찾아나가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패닉현상은 문제를 풀어나가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가장 근본적인 해답은 ‘품질 좋고 안전한 한우 쇠고기’에 있다.

배종하 한국농수산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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