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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속 과학읽기] (17) 하얀 새의 운명은?

[예술 속 과학읽기] (17) 하얀 새의 운명은? 기사의 사진

‘일정한 온도에서 기체의 부피는 압력에 반비례한다’는 보일의 법칙을 발견한 화학자 로버트 보일(1627∼1691)은 공기 탄력 실험을 위해 펌프를 고안했다. 공기가 희박해지면 생물체의 호흡이 어떻게 힘들어져 가는가를 관찰한 실험도 했다. 1660년에 발간한 저서 ‘공기의 탄력에 대한 자극과 그 효과에 관한 새로운 물리역학적 실험들’에는 숨을 못 쉬는 새가 어떻게 죽어가는가를 기록하고 있다. 100년쯤 후, 이러한 실험은 인기 있는 대중공연으로 만들어졌고, 부유한 집안에서는 과학자를 초청해 실험을 구경했다.

조셉 라이트 오브 더비가 그린 ‘공기펌프 속의 새 실험’은 바로 그런 장면이다. 화면의 가운데 윗부분에 있는 유리 볼 안에 하얀 새가 파득거리고, 실험자는 펌프를 작동시키며 공기를 빼내고 있다. 두 명의 소녀는 잔뜩 겁에 질렸고 아버지는 딸을 안심시킨다. 두 명의 신사와 소년 한 명은 실험장면을 유심히 관찰하지만 왼쪽 구석에 사랑에 빠진 젊은 남녀는 실험에 관심이 없다. 창밖에 보름달이 떠 있고 빈 새장이 의미심장하게 보인다.

이 장면을 극적으로 만들어주는 것은 조명효과이다. 테이블 위에 놓인 촛불을 중심으로 극명한 명암의 대비가 드라마틱한 분위기를 심화시킨다. 그런데 이 과학자, 실험은 쳐다보지도 않고 화면 밖의 관객만 응시하고 있다. 유리 볼 안에 위기에 처한 하얀 새의 운명을 어떻게 결정했으면 좋겠냐고 질문을 던지기라도 하듯이.

김정화(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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