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논단-권상희] SNS 선거와 침묵의 나선 이론 기사의 사진

최근 총선은 여론이라는 용어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방송과 언론사, 여론조사기관은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박빙의 승부를 펼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여론조사, 출구조사는 빗나가 신뢰에 의문을 남겼다. 국민, 즉 유권자들이 응답을 꺼리거나 회피한 것이다. 이른바 ‘침묵의 나선’(Spiral of silence)이 크게 작동한 것이다.

여론조사나 인터넷에서는 목소리가 큰 쪽은 거리낌 없이 더 큰 목소리를 내고, 작다고 인식하는 편은 더욱 침묵하는 결과로 나타난다. 이는 1970년 초 독일의 엘리자베스 노엘레-노이만이 연구한 침묵의 나선 이론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다수의 지지를 받는 의견은 사회에서 통용되지만, 소수의 의견은 ‘소외’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점점 침묵한다는 것이다.

끼리끼리 소통, 타인엔 먹통

노엘레-노이만은 여론을 개인이 가진 ‘사회적인 피부(social skin)’라고 표현한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유사 통계 감각을 가지고 있어 이야기할 때 드러내야 하는 속마음과 이를 드러내는 정도가 다르다는 것이다. 즉 개인의 속내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하나는 심리 속에 내재적으로 존재하는 본심의 속내이고, 다른 하나는 타인과 소통할 때 밖으로 드러내 보이는 속내이다. 이 두 가지 속마음은 같을 수도 있지만 정치이슈에 관해서는 다른 경우가 많다. 특히 지역감정이 강하고, 좌파-우파 대립의 비극을 경험한 한국에서 속마음을 다 내보이면서 살다가는 손해 볼 일도 많고, 왕따를 당하는 경우까지 있다. 그래서 개개인이 밖으로 내보이는 속내, 즉 여론이 왜곡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같은 파에 속한 끼리끼리는 거침없이 속내를 드러내고 심지어 심하게 동조하기까지 한다. 이를 ‘집단 극단화’라고 부른다. 집단 극단화는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 토론을 하면 여론이 더 극단화된다는 이론이다. 심지어 거짓 루머도 신뢰하고 극단적인 자기 확신을 확대재생산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를 ‘동조화 폭포현상’이라고 한다. 이는 나와 우리(we) 그룹의 정보와 의견에 무게를 두고 제3자나 타인, 당국(other)에 대한 정보를 인지하지 않으려는 경향이다.

인터넷시대 목소리는 소셜미디어를 바탕으로 표출된다. 통상적으로 소셜미디어는 젊은 세대 즉, 20∼30대의 소통수단이다. 자연히 이들의 목소리가 크게 반영되고 소통빈도에서도 주를 이룬다. 그들과 다른 의견을 제시할 경우 ‘꼴통’으로 몰리고 심한 경우 집단공격을 당할 수 있다. 젊은 세대가 많은 도시지역에서의 여론 왜곡이 심한 이유도 스마트폰과 소셜로 무장한 이들의 목소리가 과하게 들리는 반면 대다수의 유권자는 자신이 소수라고 인지하여 점점 목소리를 낮춘 때문이다. 나아가 진보성향이 강한 SNS 공간에서 전체여론의 흐름을 지각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것이다. SNS 여론에 매몰돼 전체 판세와 여론을 읽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집단극단화 하는 소셜 미디어

‘나꼼수’ 방송은 진보 목소리를 내기에 아주 적합한 매체이기도 하다. 이들이 쏟아내는 정치의제는 정치권의 핵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트위터에서는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이 언급되는 횟수가 더 많고 다수의 목소리를 형성하지만, 침묵하는 다수의 속내에 다가가지 못하고 동의를 얻는 데 실패했다. 트위터만 본다면 이번 선거의 흐름을 제대로 짚었다고 할 수 없다. 단어의 횟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다수가 받아들이는 진정성의 메시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권상희 성균관대 교수 신문방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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