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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김용백] ‘장년’에 대해

[데스크시각-김용백] ‘장년’에 대해 기사의 사진

요즘엔 고령자에 붙이는 용어 쓰기가 쉽지 않다. 60대에 ‘할아버지’ ‘할머니’를 함부로 썼다간 민망한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런데도 가족관계에서 나이가 좀 이르든 늦든 조손(祖孫)관계가 형성되면 불가피하게 사용해야만 한다. 사회 전반적으로 이 문제가 애매해진 것이다.

그래서인지 ‘어르신’이라는 표현을 쓰는 경우가 많다. 최고의 존칭 대명사를 어떤 경우에 쓰느냐의 문제가 있어 적확하진 않다. 그러다 보니 70세는 돼야 ‘할아버지’ ‘할머니’ 표현을 사용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별 거부감이 없을 것 같다는 주장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노동시장에서의 실제 은퇴연령이 68세 전후인 점도 작용한다.

우리 사회는 급속히 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기대수명이 느는데도 생활 속에 ‘노인(老人)’ 개념의 정리가 잘 되고 있지 않다. 사회적 지위와 형편에 따라 그 모습과 위상이 천차만별이어서 기준 설정을 대충하게 될 경우 많은 문제가 파생될 수 있다.

법마다 노인 분류는 제각각이다. 국민건강보험법과 노인복지법은 보험금 지원 및 경로연금 대상을 ‘65세 이상’으로 하고 있다. 국민연금법에서는 노령연금 수령 가능자가 ‘60세 이상’이다.

고용노동부가 지난달 26일 고령자고용촉진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더 복잡해졌다. 고령자 명칭을 없애고 ‘장년’으로 바꾸겠다는 게 골자다. 65세 이상이라도 취업해 있거나 구직의사가 있다면 노인 대신 장년으로 분류했다. 그렇지 않은 65세 이상 퇴직자는 노인복지법에 따라 노인으로 분류한다는 것이다. 노동과 고용을 고려해 65세까지는 ‘노인’ ‘고령자’ 표현을 회피하게 한 것이다. 현행 ‘연령상 고용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법’은 인구·취업자 구성 등을 고려해 55세 이상인 사람을 고령자로, 50∼54세를 준고령자로 분류하고 있다.

정년 연장이 진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베이비붐 세대(1955∼63년생)를 일자리에 좀 더 묶어두기 위한 측면이 다분하다. 이 법률 개정으로 우리 사회가 일하는 고령자를 우대하고 그렇지 않은 고령자를 홀대하거나 업신여겨서는 안 된다. 고용노동부는 ‘장년’ 개념을 확정하지 않은 것 같다. 의욕적인 입법 취지라면 ‘壯年’이 걸맞을 법한데 ‘長年’을 고려해야 하는 부분도 있나 보다.

지난해 12월 통계청의 ‘장래 인구 추계: 2010∼2060년’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은 2010년 545만명에서 2030년 1269만명이 된다. 2060년엔 1762만명으로 는다. 이는 전체 인구 4396만명의 40.1%로 10명 중 4명이 노인인 셈이다. 기획재정부는 더 암울한 보고를 한 적이 있다. 유엔의 ‘세계 인구 전망’ 보고서를 인용해 2100년 우리나라 전체 인구가 3700만명인데 65세 이상이 62.9%에 달한다는 것이다.

닥칠 노인문제는 녹록지 않아 보인다. 답은 고령자에게 일과 삶이 유지되도록 사회 전체가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용어를 정확히 통일해 법규들을 체계적으로 정비하는 노력이 시급하다 하겠다. 그리고 이를 사회 전체가 빠른 속도로 체화(體化)해야 한다. 고령자를 둘러싼 생물학적 존재로서의 인식과 사회적 존재로서의 인식 차이도 해소해야 한다. 또 젊은 연령과 늙은 연령이 생물학적 대립 관계에서 벗어나 같이 교류하고 화합하는 사회적 프로그램과 시스템 마련이 절실하다.

고령사회 진입로에 700여만명의 베이비부머들이 있다. 정부가 이들의 문제와 씨름을 시작한 듯하다. 뒤늦은 감이 있다. 베이비부머들이 자립하고 사회적 역할을 갖도록 하는 게 우리 사회 노인문제 해결의 열쇠가 될 것이다.

김용백 사회2부장 yb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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