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위기] NL계 당권파 독단에 불만 폭발, 권력투쟁 산물… 公黨 포기한 ‘경선 부정’ 일파만파 기사의 사진

‘언젠가는 반드시 터질 고름이었다.’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경선 부정 사건을 바라보는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진보당은 19대 국회 의석이 13석으로 제3당에 머물고 있지만 거대 정당인 새누리당이나 민주통합당보다 당내 사정은 더 복잡하고 계파 대립 역시 극단적이다.

진보당의 현재 권력구도는 구(舊)민주노동당 주류였던 민족해방(NL) 계열의 당권파가 전체 지분의 70% 이상을 점유한 상태라는 게 정설이다. 2007년 이후 당권파, 그중에서도 경기동부연합이 당을 독점해 왔고 지난해 12월 국민참여당 및 진보신당 탈당파와의 통합 과정에서도 구심점 노릇을 했다. 친노무현계 좌파 성향인 참여당과 민중민주(PD) 계열의 진보신당 탈당파는 4·11 총선 공천과정 등을 겪으며 상당한 불만을 터뜨려왔다.

이번 사태가 외부 감시망이 아니라 내부 고발에서 비롯된 것도 정파 간 권력투쟁의 산물이라는 시각이 많다. 당권파가 지도부를 독점한 채 당의 주요 정책과 방향을 좌지우지했고 비당권파는 경선 부정 문제를 끄집어내 ‘여론 재판’으로 맞대응했다는 분석이다.

지난 1일부터는 공동대표단 내부에서 격한 충돌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긴급 대표단 회동에서 진상조사위원장을 맡은 조준호 공동대표가 조사 결과를 설명하자 비당권파 측 유시민 심상정 공동대표는 당권파 이정희 공동대표에게 “당 혁신안을 내놓으라”고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동대표가 3일 대국민 사과와 함께 “책임을 지겠다”고 나선 것도 비당권파의 강력한 문제 제기에 따른 행보로 풀이된다. 하지만 당권파 사이에서는 여전히 이번 일을 비당권파의 ‘반란’ 또는 ‘정치적 음모’로 보는 시각이 팽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비당권파는 당권파 움직임에 촉각을 세우며 추가 공격을 준비하는 모습이다. 경선 부정 의혹을 처음 제기했던 이청호 부산 금정구의원은 이날 라디오에 나와 지금까지 밝혀진 것 이상의 부정선거 정보가 있으며 당의 후속조치가 미흡할 경우 공개할 것임을 시사했다. 강원도당도 “이 공동대표와 비례대표 경선에 참여한 후보들 모두 사퇴하라”는 성명서를 냈다.

양측 대결은 차기 당권의 향배가 걸린 다음달 3일 전당대회에서 정점에 이를 전망이다. 일단 전대 출마를 준비해 온 이 공동대표는 이번 사태로 치명상을 입었다. 반면 비당권파인 유, 심 공동대표와 노회찬 대변인 등은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게 됐다. 그러나 사무총장을 비롯한 주요 당직을 줄줄이 꿰차고 있는 당권파가 쉽사리 물러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정희 카드’를 포기하는 대신 비례대표 당선자를 지켜내고 새로운 인물을 전대에 출마시킬 가능성이 적지 않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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